[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여성축구선수에 대한 성별진단 요구는 성희롱이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24일 전원위원회를 통해 실업팀(WK리그) 감독들이 여성 축구선수(박은선)에 대해 성별진단을 요구하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014년도 경기를 보이콧하겠다고 한 것은 여성의 인격을 침해하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 대한축구협회장에게 피진정인들에 대한 징계조치를 권고하고 ▷ 문화체육부장관, 대한체육회장, 대한축구협회장, 한국여자축구연맹회장에게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 권고키로 의결했다. 인권위의 ‘성희롱’ 판단과 함께 유야무야 사라지는 듯했던 ‘박은선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박은선의 소속팀인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이 박은선의 성별논란을 야기한 것은 11월초다. 대략 계산해도 100일을 훌쩍 넘었다. 지금까지 박은선 측이 원한 것은 진심 어린 사과, 성의 있는 사과였다. 시민단체들이 ‘우선 고발’을 박은선 측에 제안했으나 최소한의 시간을 주기로 결정하고 지금껏 기다렸다.
박은선의 스승인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은 지난해 12월17일 WK리그 신인 드래프트장에서 MK스포츠와 만나 “인권위 발표 후 다음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 은선이 역시 개인운동을 하면서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발표 전에, 더 늦기 전에 진심어린 사과가 있어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결국 WK리그 감독들의 사과는 없었고 인권위가 먼저 나섰다.
인권위는 먼저 “피진정인들이 해당선수의 성정체성을 의심하여 성별진단을 요구하는 언행을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와 만약 그러한 언행을 했다면 ‘성별진단’ 요구가「국가인권위원회법」제2조 제3호 라목의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지난 3개월 간 심도 깊게 조사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피해자의 성별진단을 요구해야한다는 발언이 모임에서 나왔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여성축구선수 진단’의 의미가 의학적 방법으로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해 달라는 것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관련 감독들이 해당선수를 ‘성별진단’ 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인정했다. 이로 인해 선수 본인이 성적 모멸감을 느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평균인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에도 ‘성별 진단’ 발언에 대하여 성적 굴욕감과 모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이어 “본 사건에서 피진정인들이 ‘성별 진단’을 요구하여 성별 논란을 야기한 것은 피진정인들이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성희롱 행위를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선수는 감독들을 마주칠까 두려워 훈련에 참가하기 꺼려진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성적 굴욕감을 느껴 한창 역량을 발휘하고 훈련에 몰두해야 할 때에 크게 위축되는 등 직업 선수로서의 커리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 바, 이는 전형적인 성희롱 사건에서 나타나는 피해 특성과 일치한다”면서 “이러한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 성희롱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인다. 인권위는 이상과 같은 이유로 본 사건에서의 ‘성별 진단’ 요구 행위는『국가인권위원회법』제2조 제3호 라목의 ‘성희롱’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간 축구계는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관련된 입장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사태의 직접적인 관련단체인 여자축구연맹은 “상급단체인 대한축구협회와 문제를 조율 중이며 아직 인권위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했을 뿐이다. 여자연맹도, 축구협회도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인권위의 조사가 진행됐고 판단까지 나왔다. 이제 어떤 형태로든 축구계의 답이 나와야한다. 피할 문제도 아니고 덮어서 될 사안도 아니다.
[lastuncle@maekyung.com]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24일 전원위원회를 통해 실업팀(WK리그) 감독들이 여성 축구선수(박은선)에 대해 성별진단을 요구하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014년도 경기를 보이콧하겠다고 한 것은 여성의 인격을 침해하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 대한축구협회장에게 피진정인들에 대한 징계조치를 권고하고 ▷ 문화체육부장관, 대한체육회장, 대한축구협회장, 한국여자축구연맹회장에게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 권고키로 의결했다. 인권위의 ‘성희롱’ 판단과 함께 유야무야 사라지는 듯했던 ‘박은선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박은선의 소속팀인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이 박은선의 성별논란을 야기한 것은 11월초다. 대략 계산해도 100일을 훌쩍 넘었다. 지금까지 박은선 측이 원한 것은 진심 어린 사과, 성의 있는 사과였다. 시민단체들이 ‘우선 고발’을 박은선 측에 제안했으나 최소한의 시간을 주기로 결정하고 지금껏 기다렸다.
박은선의 스승인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은 지난해 12월17일 WK리그 신인 드래프트장에서 MK스포츠와 만나 “인권위 발표 후 다음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 은선이 역시 개인운동을 하면서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발표 전에, 더 늦기 전에 진심어린 사과가 있어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결국 WK리그 감독들의 사과는 없었고 인권위가 먼저 나섰다.
인권위는 먼저 “피진정인들이 해당선수의 성정체성을 의심하여 성별진단을 요구하는 언행을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와 만약 그러한 언행을 했다면 ‘성별진단’ 요구가「국가인권위원회법」제2조 제3호 라목의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지난 3개월 간 심도 깊게 조사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피해자의 성별진단을 요구해야한다는 발언이 모임에서 나왔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여성축구선수 진단’의 의미가 의학적 방법으로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해 달라는 것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관련 감독들이 해당선수를 ‘성별진단’ 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인정했다. 이로 인해 선수 본인이 성적 모멸감을 느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평균인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에도 ‘성별 진단’ 발언에 대하여 성적 굴욕감과 모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이어 “본 사건에서 피진정인들이 ‘성별 진단’을 요구하여 성별 논란을 야기한 것은 피진정인들이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성희롱 행위를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선수는 감독들을 마주칠까 두려워 훈련에 참가하기 꺼려진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성적 굴욕감을 느껴 한창 역량을 발휘하고 훈련에 몰두해야 할 때에 크게 위축되는 등 직업 선수로서의 커리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 바, 이는 전형적인 성희롱 사건에서 나타나는 피해 특성과 일치한다”면서 “이러한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 성희롱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인다. 인권위는 이상과 같은 이유로 본 사건에서의 ‘성별 진단’ 요구 행위는『국가인권위원회법』제2조 제3호 라목의 ‘성희롱’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간 축구계는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관련된 입장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사태의 직접적인 관련단체인 여자축구연맹은 “상급단체인 대한축구협회와 문제를 조율 중이며 아직 인권위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했을 뿐이다. 여자연맹도, 축구협회도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인권위의 조사가 진행됐고 판단까지 나왔다. 이제 어떤 형태로든 축구계의 답이 나와야한다. 피할 문제도 아니고 덮어서 될 사안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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