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아직까지 국가대표팀의 신년벽두 전지훈련이 유용하다 무용하다 등 무 자르는 듯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 후폭풍이 제법 컸다는 뜻이다. 관련해 개인적인 목소리를 하나만 내자면, 열심히 땀 흘린 이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왜 시간을 낭비했다거나 돈을 낭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를 일이다. 무책임한 비수다.
일부의 감정조절이 덜 된 비판으로 힘든 이는 홍명보 감독보다 전지훈련을 소화한 K리거들이다. 코스타리카 멕시코 미국으로 이어진 세 차례 평가전의 내용과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팬들의 반응은 ‘국내파의 기량 미달’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그나마 절대평가도 아니다. 상대적이라는 게 더 문제다. 해외파와의 수준 차가 크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사실 좋은 플레이가 나오기 힘든 조건이었다. 전지훈련에 참가한 선수들 대부분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휴식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대표팀이 브라질에서의 일주일 동안 체력훈련에만 집중했던 것은 일단 굳어 있던 몸을 깨워야했기 때문이다. 클럽에서도 대부분 처음 소집한 뒤 1~2주 정도는 체력 끌어올리기에 집중한다.
그렇게 어느 정도 몸을 만든 다음에야 전술적인 훈련에 돌입하고 좀 더 지나면 자체 평가전 혹은 다른 팀과의 친선전을 통해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기본적인 수순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홍명보호의 스케줄은 강행군이었고 어느 정도 무리도 있었다. 브라질에서 1주일간 바짝 체력을 끌어올린 대표팀은 미국으로 건너온 뒤 곧바로 A매치를 3경기나 소화했다.
결코 쉽지 않은 스케줄이다. 체력훈련 정도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실전경기에 투입됐다는 뜻이고 그것도 보통 팀과의 연습경기가 아니라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한 국가와의 A매치였으니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강도는 짐작키도 힘들다. 그것이 3연전으로 이어졌고, 그것도 꽤 먼 거리를 날아다니는 원정으로 펼쳐졌으니 너무도 고됐다. 일정을 소화한 한 선수는 “2차전부터는 정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토로를 전했을 정도다.
해외파-국내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비시즌 중 이만큼 상황이 급변하면 정상적인 경기력이 어렵다. 여기에 사기가 떨어질 외부 조건도 있었다. 전지훈련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대표팀을 따라다닌 ‘박지성 복귀설과 박주영 이적설’이 그것이다. 정작 땀 흘리는 22명의 이름 대신 ‘양박’의 이름이 전훈지를 휘감았으니 시쳇말로 뛸 맛이 나지 않았을 조건이다.
요컨대 체력적으로 고됐고 정신적으로도 흔들렸으며 짜내서 모은 힘마저 빠지게 만든 상황에서 3경기를 치렀으니 답이 쉽지 않았다. 그 속에서 K리거들은 시쳇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열심히 땀 흘리고도 욕만 먹은 당사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소속팀 역시 괴롭기는 매한가지다. 1년 농사를 좌우한다는 동계훈련 기간 중에 팀의 전술적 에이스를 대표팀에 내어줬더니 이래저래 상처투성이로 돌아왔다. 답답할 노릇이다.
김신욱(울산) 이근호(상주) 고요한(서울) 이승기(전북) 박종우(부산) 이호(상주) 이용(울산) 이명주(포항) 김태환(성남) 김기희(전북) 김주영(서울) 정성룡(수원) 등 지난 2일 미국전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모두 각자 소속팀의 에이스급들이다. 그들이 가진 기량이, 적어도 일반 팬들에게 놀림감이 될 정도는 아니다. 좋은 결과를 보고 싶은 팬들의 바람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맹목적으로 돌을 맞아야할 대상은 분명 아니다.
아쉽지만 물은 이미 쏟아졌고 이제 K리그 감독들과 소속팀 동료들의 몫이 중요해졌다. 괜스레 사나운 폭풍우 속에 들어갔다가 온몸이 다 젖어 집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어깨도 축 쳐졌고 기운도 빠졌다. 그 상태가 길어지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 빨리 몸을 말리고 기운을 북돋아줄 필요가 있다. 특명이 떨어졌다.
2014년 K리그 개막이 오는 3월8일이다. 불과 1달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다. 대표팀에서 고생하고 돌아온 에이스들이 자신의 몸을 추스르고 동시에 팀에 녹아들어야하는 시간도 한 달 뿐이다. 급한 불이 떨어진 셈이다. 팀 성적을 위해서도 그렇고, 건강한 K리그를 위해서도 에이스들의 회생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비 맞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려야하고 이래저래 피폐해진 정신력도 충전시켜야하며 그들과 기존 선수들의 호흡도 궤도에 올려놓아야한다. 한 달 동안, 해야 할 일이 많다.
[lastuncle@maekyung.com]
일부의 감정조절이 덜 된 비판으로 힘든 이는 홍명보 감독보다 전지훈련을 소화한 K리거들이다. 코스타리카 멕시코 미국으로 이어진 세 차례 평가전의 내용과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팬들의 반응은 ‘국내파의 기량 미달’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그나마 절대평가도 아니다. 상대적이라는 게 더 문제다. 해외파와의 수준 차가 크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사실 좋은 플레이가 나오기 힘든 조건이었다. 전지훈련에 참가한 선수들 대부분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휴식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대표팀이 브라질에서의 일주일 동안 체력훈련에만 집중했던 것은 일단 굳어 있던 몸을 깨워야했기 때문이다. 클럽에서도 대부분 처음 소집한 뒤 1~2주 정도는 체력 끌어올리기에 집중한다.
그렇게 어느 정도 몸을 만든 다음에야 전술적인 훈련에 돌입하고 좀 더 지나면 자체 평가전 혹은 다른 팀과의 친선전을 통해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기본적인 수순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홍명보호의 스케줄은 강행군이었고 어느 정도 무리도 있었다. 브라질에서 1주일간 바짝 체력을 끌어올린 대표팀은 미국으로 건너온 뒤 곧바로 A매치를 3경기나 소화했다.
결코 쉽지 않은 스케줄이다. 체력훈련 정도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실전경기에 투입됐다는 뜻이고 그것도 보통 팀과의 연습경기가 아니라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한 국가와의 A매치였으니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강도는 짐작키도 힘들다. 그것이 3연전으로 이어졌고, 그것도 꽤 먼 거리를 날아다니는 원정으로 펼쳐졌으니 너무도 고됐다. 일정을 소화한 한 선수는 “2차전부터는 정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토로를 전했을 정도다.
해외파-국내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비시즌 중 이만큼 상황이 급변하면 정상적인 경기력이 어렵다. 여기에 사기가 떨어질 외부 조건도 있었다. 전지훈련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대표팀을 따라다닌 ‘박지성 복귀설과 박주영 이적설’이 그것이다. 정작 땀 흘리는 22명의 이름 대신 ‘양박’의 이름이 전훈지를 휘감았으니 시쳇말로 뛸 맛이 나지 않았을 조건이다.
요컨대 체력적으로 고됐고 정신적으로도 흔들렸으며 짜내서 모은 힘마저 빠지게 만든 상황에서 3경기를 치렀으니 답이 쉽지 않았다. 그 속에서 K리거들은 시쳇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열심히 땀 흘리고도 욕만 먹은 당사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소속팀 역시 괴롭기는 매한가지다. 1년 농사를 좌우한다는 동계훈련 기간 중에 팀의 전술적 에이스를 대표팀에 내어줬더니 이래저래 상처투성이로 돌아왔다. 답답할 노릇이다.
김신욱(울산) 이근호(상주) 고요한(서울) 이승기(전북) 박종우(부산) 이호(상주) 이용(울산) 이명주(포항) 김태환(성남) 김기희(전북) 김주영(서울) 정성룡(수원) 등 지난 2일 미국전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모두 각자 소속팀의 에이스급들이다. 그들이 가진 기량이, 적어도 일반 팬들에게 놀림감이 될 정도는 아니다. 좋은 결과를 보고 싶은 팬들의 바람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맹목적으로 돌을 맞아야할 대상은 분명 아니다.
아쉽지만 물은 이미 쏟아졌고 이제 K리그 감독들과 소속팀 동료들의 몫이 중요해졌다. 괜스레 사나운 폭풍우 속에 들어갔다가 온몸이 다 젖어 집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어깨도 축 쳐졌고 기운도 빠졌다. 그 상태가 길어지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 빨리 몸을 말리고 기운을 북돋아줄 필요가 있다. 특명이 떨어졌다.
2014년 K리그 개막이 오는 3월8일이다. 불과 1달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다. 대표팀에서 고생하고 돌아온 에이스들이 자신의 몸을 추스르고 동시에 팀에 녹아들어야하는 시간도 한 달 뿐이다. 급한 불이 떨어진 셈이다. 팀 성적을 위해서도 그렇고, 건강한 K리그를 위해서도 에이스들의 회생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비 맞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려야하고 이래저래 피폐해진 정신력도 충전시켜야하며 그들과 기존 선수들의 호흡도 궤도에 올려놓아야한다. 한 달 동안, 해야 할 일이 많다.
[lastuncle@maekyung.com]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