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무작정 김신욱의 머리를 노리고 하늘로 띄우는 롱볼은 김신욱도 죽이고 팀도 죽이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급하니까 다시 ‘김신욱병’이 도진 모양새다. 이 문제는 비단 국내파가 뛰었다는 게 원인이 아니다. 우리가 쫓기고 있을 때, 급할 때 ‘김신욱병’이 재발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설 연휴의 끝자락인 2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스텁허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0-2로 패하면서 전지훈련 기간 3차례의 평가전을 1승2패로 마감했다. 승리한 코스타리카전은 형편없는 상대로 어렵사리 1골을 넣었고, 패한 2경기는 각각 0-4(vs 멕시코) 0-2의 완패였으니 씁쓸함이 진하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파악된 평가전이었다. 수비진은 유기적인 호흡이 전혀 없던 가운데 시종일관 불안했다. 마크맨을 놓치기 일쑤였고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 사이의 공간이 너무 벌어져서 우리 위험지역까지 한순간에 돌파 당했다는 것도 지적이 불가피하다. 이런 문제점들과 함께 2경기에서 무려 6골을 내줬다.
공격 역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3경기 동안 고작 1골을 뽑아냈다. 2명이나 퇴장당한, 2군에 가까웠던 코스타리카전을 포함해 멕시코전과 미국전 모두 한국의 공격진은 마땅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패스의 정확도가 현격히 떨어지면서 상대진영을 효과적으로 흔들지 못했다. 특히 박스 안에서의 마지막 패스가 너무도 부정확해 제대로 된 슈팅을 시도할 수조차 없었다. 3경기 1골은 이유 있는 결과다.
이렇게 경기가 풀리지 않자 내면에서 자리 잡고 있는 고질병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게 또 문제다. 바로 ‘김신욱병’이다. 경기 내용에 쫓기고 결과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자 결국 대부분의 패스는 김신욱의 머리를 향한 롱볼 일색으로 바뀌었다. 우리와 전력이 비슷하거나 떨어지는 아시아권 국가들과의 경기에서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방법이 한 수 위 상대들에게 통할 리 만무했다.
심지어 미국전에서는 김신욱과 비슷한 신장의 수비수를 경험해야했다. 미국의 센터백 곤잘레스는 김신욱과 체격조건이 차이가 없었다. 전체적인 하드웨어가 김신욱에 버금갔다. 소중한 교훈이었다. 세상에는 김신욱만한 수비수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던 대목이다.
2선으로 내려와 공을 따내던 헤딩에서는 선전했으나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곤잘레스-파크허스트 센터백 조합과 경쟁할 때는 김신욱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김신욱의 머리에 맞는 빈도보다 상대 수비의 머리에 맞는 빈도가 높았는데, 김신욱 입장에서는 흔치 않은 경험이다. 당황스러움은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마음만 급해져 정확도 떨어지는 패스가 남발됐으니 효과를 기대키 어려웠다.
지난해 11월, 스위스-러시아로 이어지는 2차례 평가전을 통해 홍명보호는 장점이 특별했으나 그 특별함 때문에 외려 단점이 부각됐던 공격수 김신욱을 살리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아주 매력적인 공격옵션을 장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다시 김신욱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급하고 쫓기면 도지는 ‘김신욱병’은 자멸의 지름길이다. 월드컵 본선무대에서는 급하고 쫓길 상황이 분명 많아질 것이다. 이 병은 김신욱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홍명보 감독과 동료들의 현명한 노력이 필요하다.
[lastuncle@maekyung.com]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설 연휴의 끝자락인 2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스텁허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0-2로 패하면서 전지훈련 기간 3차례의 평가전을 1승2패로 마감했다. 승리한 코스타리카전은 형편없는 상대로 어렵사리 1골을 넣었고, 패한 2경기는 각각 0-4(vs 멕시코) 0-2의 완패였으니 씁쓸함이 진하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파악된 평가전이었다. 수비진은 유기적인 호흡이 전혀 없던 가운데 시종일관 불안했다. 마크맨을 놓치기 일쑤였고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 사이의 공간이 너무 벌어져서 우리 위험지역까지 한순간에 돌파 당했다는 것도 지적이 불가피하다. 이런 문제점들과 함께 2경기에서 무려 6골을 내줬다.
공격 역시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3경기 동안 고작 1골을 뽑아냈다. 2명이나 퇴장당한, 2군에 가까웠던 코스타리카전을 포함해 멕시코전과 미국전 모두 한국의 공격진은 마땅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패스의 정확도가 현격히 떨어지면서 상대진영을 효과적으로 흔들지 못했다. 특히 박스 안에서의 마지막 패스가 너무도 부정확해 제대로 된 슈팅을 시도할 수조차 없었다. 3경기 1골은 이유 있는 결과다.
이렇게 경기가 풀리지 않자 내면에서 자리 잡고 있는 고질병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게 또 문제다. 바로 ‘김신욱병’이다. 경기 내용에 쫓기고 결과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자 결국 대부분의 패스는 김신욱의 머리를 향한 롱볼 일색으로 바뀌었다. 우리와 전력이 비슷하거나 떨어지는 아시아권 국가들과의 경기에서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방법이 한 수 위 상대들에게 통할 리 만무했다.
심지어 미국전에서는 김신욱과 비슷한 신장의 수비수를 경험해야했다. 미국의 센터백 곤잘레스는 김신욱과 체격조건이 차이가 없었다. 전체적인 하드웨어가 김신욱에 버금갔다. 소중한 교훈이었다. 세상에는 김신욱만한 수비수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던 대목이다.
2선으로 내려와 공을 따내던 헤딩에서는 선전했으나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곤잘레스-파크허스트 센터백 조합과 경쟁할 때는 김신욱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김신욱의 머리에 맞는 빈도보다 상대 수비의 머리에 맞는 빈도가 높았는데, 김신욱 입장에서는 흔치 않은 경험이다. 당황스러움은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마음만 급해져 정확도 떨어지는 패스가 남발됐으니 효과를 기대키 어려웠다.
지난해 11월, 스위스-러시아로 이어지는 2차례 평가전을 통해 홍명보호는 장점이 특별했으나 그 특별함 때문에 외려 단점이 부각됐던 공격수 김신욱을 살리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아주 매력적인 공격옵션을 장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다시 김신욱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급하고 쫓기면 도지는 ‘김신욱병’은 자멸의 지름길이다. 월드컵 본선무대에서는 급하고 쫓길 상황이 분명 많아질 것이다. 이 병은 김신욱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홍명보 감독과 동료들의 현명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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