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올 시즌은 포항스틸러스의 해였다. FA컵을 적지(전주)에서 들어 올리며 2연패를 달성하더니 정규리그까지 차지해 K리그 30년 역사에 첫 시즌 더블을 이룩했다. 끈질기게 울산을 추격해 마지막 경기를 결승전으로 만든 과정부터 지긋지긋한 수비축구를 추가시간에 뚫어버린 극적인 내용까지, 그야말로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모두가 주인공이다. 명장 반열에 올라선 황선홍 감독을 비롯해 2년차 MVP에 도전하는 이명주, 리틀 황새 고무열과 가을 사나이 박성호, 죽지 않는 ‘노병’ 노병준과 화수분 포항의 또 다른 뉴 페이스 김승대, 터프하고 노련한 캡틴 황지수와 결승전 결승골의 영웅 김원일 등 모든 선수들이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대부분 풍성한 가을처럼 부족함 없는 시즌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내심 씁쓸함이 남는 선수가 있다. 필드 플레이어들이 따뜻한 조명을 받을 때 또 다시 조연에 그쳐야했던 불운한 수문장 신화용의 이야기다. 포항 선수들 중에서, 아니 K리그에서 뛰고 있는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도 가장 평가절하 되는 선주 중 하나가 신화용일 것이다.
지난 1일 열린 울산과 포항의 정규리그 마지막 대결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던 김태영 국가대표팀 코치는 신화용을 보며 “화용이가 5cm만 더 컸다면 골키퍼 판도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신화용을 괴롭히는 가장 큰 적은 바로 신장이다. 프로축구연맹에 등록된 신화용의 키는 182cm다. 일반인이라면 당당할 신장이지만 골키퍼로서는 작다. 김승규는 187cm이고 정성룡은 190cm이며 이범영은 194cm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작은 키로도 신화용은 펄펄 날았다. 정규리그 33경기에 출전해 31골만을 내주면서 0점대(0.94) 실점률에 성공했다. 지난 2004년 포항에서 데뷔해 정확히 10시즌째 포항에서만 뛰고 있는 ‘원클럽맨’ 신화용의 커리어 중 가장 낮은 실점률이다. 비록 올해 급부상한 김승규(32경기 27실점)에 밀렸으나 리그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의 호출은 없었다. 섭섭할 일이다.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뒤 포항으로 돌아와 만난 신화용은 “사실 (대표팀에서)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쉽다”면서 “신장이 신경 쓰이지 않겠는가. 선입견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고려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난 적당히 잘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을 전했다. 핸디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좀 더 잘하는 것은 표가 나질 않는다는 판단이다. 마치 올 시즌처럼.
그래서 신화용은 올 시즌 목표를 1위로 정했다. 실점률 1위. 그런데 2위였다. 언급했듯 일취월장한 김승규 탓이다. 신화용은 “올해 목표가 실점율 리그 1위였다. 가장 잘 막은 다음에 대표팀에서 부름이 없는지 기다려보자고 생각했다”는 계획을 전했다. K리그에서 가장 잘 막는 골키퍼를 끝까지 외면할 수 있겠냐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2위에 그쳤다.
신화용은 “승규가 1위고 내가 2위다. 승규는 대표팀에 뽑혔고 난 실패했다. 승규가 1위를 했으니까 받아들여야할 일이다. 승규의 발탁은 정당하다”는 말로 아쉬움을 삼켰다. 정정당당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정정당당하게 다시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신화용은 “지난 2009년 우리가 ACL에서 우승했을 때 나 역시 조명을 받았다. K리그 베스트GK 상도 받았다. 그때 시상식에서 어떤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는데, ‘네가 누구지?’ 그러더라. 너무 하시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더욱 열심히 해야하는구나 라는 다짐을 하게됐다”는 씁쓸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러면서 “작은 키는 날 이 악물게 만드는 힘이다. 내 키가 5cm가 더 컸다면, 난 지금처럼 열심히 운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 웃음 뒤에는 절치부심이 숨어 있다.
2013년, 신화용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던 FA컵 결승전에서의 신들린 방어를 비롯해 시즌 내내 신화용은 최고였다. 포항 팬들은 물론, K리그 팬들은 신화용을 국가대표로 뽑아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실력은 입증됐다. 다만, 역시 작은 키가 고민이다. 하지만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정정당당 신화용은 그 벽을 자신이 넘은 뒤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각오다. 그가 마지막으로 전한 현실인식과 현실부정이 공존하는 각오는 꽤나 비장하다.
“골키퍼에게는 신장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큰 선수가 유리하고 감독님들도 큰 선수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작은 키 때문에 피곤하다. 하지만, 내가 지도자라면 골을 잘 먹는 190cm보다는 골을 잘 막는 180cm을 뽑겠다. 브라질월드컵의 꿈, 난 포기하지 않았다.”
[lastuncle@maekyung.com]
모두가 주인공이다. 명장 반열에 올라선 황선홍 감독을 비롯해 2년차 MVP에 도전하는 이명주, 리틀 황새 고무열과 가을 사나이 박성호, 죽지 않는 ‘노병’ 노병준과 화수분 포항의 또 다른 뉴 페이스 김승대, 터프하고 노련한 캡틴 황지수와 결승전 결승골의 영웅 김원일 등 모든 선수들이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포항의 수문장 신화용은 가장 평가절하되는 플레이어다. 리그 최고의 실력을 보유하고도 작은 키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사진= 스포츠공감 제공 |
지난 1일 열린 울산과 포항의 정규리그 마지막 대결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던 김태영 국가대표팀 코치는 신화용을 보며 “화용이가 5cm만 더 컸다면 골키퍼 판도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신화용을 괴롭히는 가장 큰 적은 바로 신장이다. 프로축구연맹에 등록된 신화용의 키는 182cm다. 일반인이라면 당당할 신장이지만 골키퍼로서는 작다. 김승규는 187cm이고 정성룡은 190cm이며 이범영은 194cm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작은 키로도 신화용은 펄펄 날았다. 정규리그 33경기에 출전해 31골만을 내주면서 0점대(0.94) 실점률에 성공했다. 지난 2004년 포항에서 데뷔해 정확히 10시즌째 포항에서만 뛰고 있는 ‘원클럽맨’ 신화용의 커리어 중 가장 낮은 실점률이다. 비록 올해 급부상한 김승규(32경기 27실점)에 밀렸으나 리그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의 호출은 없었다. 섭섭할 일이다.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뒤 포항으로 돌아와 만난 신화용은 “사실 (대표팀에서)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쉽다”면서 “신장이 신경 쓰이지 않겠는가. 선입견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고려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난 적당히 잘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을 전했다. 핸디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좀 더 잘하는 것은 표가 나질 않는다는 판단이다. 마치 올 시즌처럼.
그래서 신화용은 올 시즌 목표를 1위로 정했다. 실점률 1위. 그런데 2위였다. 언급했듯 일취월장한 김승규 탓이다. 신화용은 “올해 목표가 실점율 리그 1위였다. 가장 잘 막은 다음에 대표팀에서 부름이 없는지 기다려보자고 생각했다”는 계획을 전했다. K리그에서 가장 잘 막는 골키퍼를 끝까지 외면할 수 있겠냐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2위에 그쳤다.
신화용은 “승규가 1위고 내가 2위다. 승규는 대표팀에 뽑혔고 난 실패했다. 승규가 1위를 했으니까 받아들여야할 일이다. 승규의 발탁은 정당하다”는 말로 아쉬움을 삼켰다. 정정당당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정정당당하게 다시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신화용은 “지난 2009년 우리가 ACL에서 우승했을 때 나 역시 조명을 받았다. K리그 베스트GK 상도 받았다. 그때 시상식에서 어떤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는데, ‘네가 누구지?’ 그러더라. 너무 하시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더욱 열심히 해야하는구나 라는 다짐을 하게됐다”는 씁쓸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러면서 “작은 키는 날 이 악물게 만드는 힘이다. 내 키가 5cm가 더 컸다면, 난 지금처럼 열심히 운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 웃음 뒤에는 절치부심이 숨어 있다.
2013년, 신화용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던 FA컵 결승전에서의 신들린 방어를 비롯해 시즌 내내 신화용은 최고였다. 포항 팬들은 물론, K리그 팬들은 신화용을 국가대표로 뽑아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실력은 입증됐다. 다만, 역시 작은 키가 고민이다. 하지만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정정당당 신화용은 그 벽을 자신이 넘은 뒤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각오다. 그가 마지막으로 전한 현실인식과 현실부정이 공존하는 각오는 꽤나 비장하다.
“골키퍼에게는 신장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큰 선수가 유리하고 감독님들도 큰 선수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작은 키 때문에 피곤하다. 하지만, 내가 지도자라면 골을 잘 먹는 190cm보다는 골을 잘 막는 180cm을 뽑겠다. 브라질월드컵의 꿈, 난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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