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신인 라이벌 열전이었다. 라커룸부터 시작된 라이벌전은 코트에서도 화끈했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1, 2순위 김종규(창원 LG)와 김민구(전주 KCC)의 프로 데뷔 이후 첫 맞대결이 벌어진 26일 전주실내체육관. 초미의 관심은 경희대 시절 최고의 콤비로 대학 무대를 평정했던 두 슈퍼루키에게 쏠렸다. 경기에 앞서 만난 김종규와 김민구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입담으로 맞붙었고, 그 기세는 양 팀의 감독이 자리한 라커룸까지 이어졌다.
▲ “10블록 하겠다” VS “블록 당하면 농구 안해”
동지에서 적으로 바뀐 김종규와 김민구는 절친한 사이다. 프로 데뷔 이후 첫 맞대결을 앞둔 오전부터 서로 못생기게 나온 사진을 찾아 문자를 주고받는 장난을 칠 정도로 막역하다. 그러나 코트에 선 순간 돌변했다. 이젠 경쟁 상대였다.
김종규는 “민구와 첫 대결보다 KCC와 첫 대결이 더 중요하다. 민구랑 경기였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줄 알았는데, 막상 체육관에 오니까 우리 팀이 이겨야 한다는 마음 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구는 막기 힘든 선수다. 프로에 와서 농구를 할 줄 아는 선수들과 뛰면서 더 살아나는 것 같다. 믿음직스런 동료에서 껄끄러운 상대가 됐다”면서도 “당연히 이기고 싶다”고 승부욕을 드러냈다.
김민구도 여유가 넘쳤다. 그는 “긴장은 전혀 안된다. 똑같은 경기에 종규와 맞붙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의미만 더한 것이다. 라이벌이란 생각을 계속하면 내 플레이를 못한다. 똑같이 하겠다”고 했다. 이어 “종규도 힘만 붙으면 더 잘할 것”이라고 덕담을 남겼다.
그러나 둘의 신경전은 감출 수 없었다. 첫 번째 화두는 플로터였다. 둘은 대학 시절 플로터 연습 상대였다. 김민구가 플로터를 쏘면 김종규가 블록을 하며 1대1 연습을 했다. 김종규가 먼저 선전포고를 날렸다. 그는 “플로터는 블록을 피하는 슛이기 때문에 블록은 힘들다. 민구가 플로터를 시도한다면 난 바로 속공을 준비하겠다”며 “마음 같아선 10번도 찍고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김민구도 바로 맞받아쳤다. 그는 “종규 앞에선 절대 안 찍힌다. 종규한테 찍히면 자존심 상해서 농구 못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두 번째 화두는 둘의 맞대결. 둘이 다른 팀에서 맞붙은 경험은 고교 시절 이후 없다. 낙생고 출신의 김종규는 김민구가 뛰던 삼일상고를 상대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김종규는 “민구와 맞대결을 한 것은 고교 시절 이후 4~5년 만이다. 그땐 한 번도 이겨지 못했다. 오늘 이기면 처음인 것”이라고 했고, 김민구는 “그땐 질 수가 없는 실력이었다”라고 짧고 강한 한 마디로 정리했다.
▲ “무슨 라이벌이야” VS “기록이 전부 아냐”
코트의 신경전은 고스란히 라커룸으로 이어졌다. 양 팀의 두 감독에게 신인 라이벌전 질문을 똑같이 던졌다. 허재 KCC 감독과 김진 LG 감독은 소속팀 신인을 감싸기 바빴다.
허재 감독은 “무슨 라이벌이야?”라며 발끈 한 뒤 “라이벌이 아니지. 민구가 기술도 훨씬 낫지”라며 김민구를 치켜세웠다. 화끈한 성격 그대로였다. 이어 허 감독은 과거 실업 농구 기아자동차 시절 라이벌이었던 현대전자 이충희(현 동부 감독)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때도 내가 긴장할 이유가 뭐가 있어? 게임이 재밌는 거지, 뭐”라고 넘치는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김진 감독은 에둘러 표현했다. 김 감독은 “민구가 KCC에서 주어진 역할이 있듯 종규도 우리 팀에서 역할이 있다. 기록적인 수치에선 민구가 앞설 수 있어도 기록으로 따질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상쇄되는 것”이라고 김종규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두 감독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라이벌의 개념이었다. 김종규와 김민구가 엄밀히 따지면 라이벌이 될 수 없다는 것. 허 감독은 “슈팅가드와 포워드라면 라이벌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포지션이 달라 사실 라이벌이 아니다”라고 했고, 김 감독도 “포지션이 달라 라이벌이라고 하긴 그렇다. 포지션이 같으면 누가 나은지 쉽게 판단했을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 승패 떠나 코트도 뜨거웠다
경기를 앞둔 뜨거운 설전을 뒤로 하고 코트에서 진짜 맞대결이 벌어졌다. 김종규와 김민구는 나란히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시작과 끝이 화끈했다. 김종규는 앨리웁 덩크와 투핸드 덩크로 고공쇼를 펼쳤고, 김민구는 결정적인 3점포로 응수했다.
김종규가 먼저 확실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노승준의 레이업을 블록으로 거둬냈다. 이어 김종규는 속공 상황에서 김시래의 그림 같은 패스를 받아 그대로 앨리웁 덩크를 내리꽂았다. 김시래와 눈을 맞춘 김종규는 손짓으로 공을 띄워달라는 신호를 보냈고, 엄청난 탄력으로 공을 낚아챈 뒤 폭발적인 앨리웁 덩크로 연결했다.
김민구는 경기 초반 풀리지 않았다. 김민구는 1쿼터 종료 직전 김종규를 피해 레이업을 시도한 뒤 내려오는 과정에서 김종규의 발에 밟혀 가벼운 부상을 당해 교체 아웃됐다.
소강 상태였던 둘은 마지막 4쿼터 승부처에서 다시 불이 붙었다. 판은 강병현이 깔았다. 전반까지 21-33으로 크게 뒤진 KCC는 강병현이 3쿼터에만 3점슛 2개를 포함해 폭발적인 득점력을 앞세워 12점을 몰아넣으며 44-46으로 따라붙었다. 김민구는 4쿼터 시작과 함께 깨끗한 3점포를 터뜨렸다. 47-46. 이날 경기 첫 역전의 순간이었다.
김종규도 뒤지지 않았다. 46-48로 뒤진 상황서 팁인으로 양우섭이 불발되자 높이를 앞세운 팁인으로 48-48, 동점을 만들었다. LG가 다시 리드를 잡은 시점. LG는 문태종의 결정적인 3점슛으로 53-48로 앞섰고, 이어 데이본 제퍼슨의 패스를 받은 김종규가 베이스라인을 타고 투핸드 덩크를 작렬해 57-50으로 달아났다.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55-62로 뒤진 KCC는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김민구가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김민구는 종료 1분52초를 남기고 과감한 정면 3점포를 성공시켜 58-62로 따라붙었다. 김민구는 이어진 수비에서 김종규가 잡고 내려온 리바운드를 낚아채며 다시 한 번 공격권을 따냈다. 김민구의 손끝은 화끈했다. 4점차로 뒤진 종료 25.9초 전 김민구는 수비를 앞에 두고 다시 3점슛을 폭발시켰다. 순식간에 61-62, 한 점차로 바짝 추격했다.
그러나 KCC의 추격전은 여기까지였다. LG는 문태종의 자유투로 점수를 벌렸고, KCC는 작전타임 이후 김효범의 뼈아픈 실책이 나오면서 허무하게 끝났다. 김민구는 망연자실한 채 고개를 숙였고, 김종규는 동료들과 함께 환호했다. 종료 부저가 울린 뒤 김종규는 김민구를 찾아 엉덩이를 두드리며 격려를 한 뒤 코트를 떠났다.
LG는 68-63으로 승리해 2연승을 챙겼고, KCC는 3연승 도전에 실패했다. 첫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김종규는 덩크슛 2개를 포함해 10점 9리바운드 1블록으로 맹활약했고, 김민구는 4쿼터에만 9점을 집중시키며 13점 9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min@maekyung.com]
올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1, 2순위 김종규(창원 LG)와 김민구(전주 KCC)의 프로 데뷔 이후 첫 맞대결이 벌어진 26일 전주실내체육관. 초미의 관심은 경희대 시절 최고의 콤비로 대학 무대를 평정했던 두 슈퍼루키에게 쏠렸다. 경기에 앞서 만난 김종규와 김민구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입담으로 맞붙었고, 그 기세는 양 팀의 감독이 자리한 라커룸까지 이어졌다.
창원 LG는 2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프로농구" 전주 KCC 경기와의 경기에서 주전들의 고른 득점속에 68-63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12승 6패를 기록한 창원 LG는 공동 2위에서 단독 2위로 한단계 올라섰다. 경기 후 창원 LG 김종규와 전주 KCC 김민구가 얼싸안고 우정을 다지고 있다. 사진(전주)=김영구 기자 |
▲ “10블록 하겠다” VS “블록 당하면 농구 안해”
동지에서 적으로 바뀐 김종규와 김민구는 절친한 사이다. 프로 데뷔 이후 첫 맞대결을 앞둔 오전부터 서로 못생기게 나온 사진을 찾아 문자를 주고받는 장난을 칠 정도로 막역하다. 그러나 코트에 선 순간 돌변했다. 이젠 경쟁 상대였다.
김종규는 “민구와 첫 대결보다 KCC와 첫 대결이 더 중요하다. 민구랑 경기였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줄 알았는데, 막상 체육관에 오니까 우리 팀이 이겨야 한다는 마음 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구는 막기 힘든 선수다. 프로에 와서 농구를 할 줄 아는 선수들과 뛰면서 더 살아나는 것 같다. 믿음직스런 동료에서 껄끄러운 상대가 됐다”면서도 “당연히 이기고 싶다”고 승부욕을 드러냈다.
김민구도 여유가 넘쳤다. 그는 “긴장은 전혀 안된다. 똑같은 경기에 종규와 맞붙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의미만 더한 것이다. 라이벌이란 생각을 계속하면 내 플레이를 못한다. 똑같이 하겠다”고 했다. 이어 “종규도 힘만 붙으면 더 잘할 것”이라고 덕담을 남겼다.
그러나 둘의 신경전은 감출 수 없었다. 첫 번째 화두는 플로터였다. 둘은 대학 시절 플로터 연습 상대였다. 김민구가 플로터를 쏘면 김종규가 블록을 하며 1대1 연습을 했다. 김종규가 먼저 선전포고를 날렸다. 그는 “플로터는 블록을 피하는 슛이기 때문에 블록은 힘들다. 민구가 플로터를 시도한다면 난 바로 속공을 준비하겠다”며 “마음 같아선 10번도 찍고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김민구도 바로 맞받아쳤다. 그는 “종규 앞에선 절대 안 찍힌다. 종규한테 찍히면 자존심 상해서 농구 못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두 번째 화두는 둘의 맞대결. 둘이 다른 팀에서 맞붙은 경험은 고교 시절 이후 없다. 낙생고 출신의 김종규는 김민구가 뛰던 삼일상고를 상대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김종규는 “민구와 맞대결을 한 것은 고교 시절 이후 4~5년 만이다. 그땐 한 번도 이겨지 못했다. 오늘 이기면 처음인 것”이라고 했고, 김민구는 “그땐 질 수가 없는 실력이었다”라고 짧고 강한 한 마디로 정리했다.
▲ “무슨 라이벌이야” VS “기록이 전부 아냐”
코트의 신경전은 고스란히 라커룸으로 이어졌다. 양 팀의 두 감독에게 신인 라이벌전 질문을 똑같이 던졌다. 허재 KCC 감독과 김진 LG 감독은 소속팀 신인을 감싸기 바빴다.
허재 감독은 “무슨 라이벌이야?”라며 발끈 한 뒤 “라이벌이 아니지. 민구가 기술도 훨씬 낫지”라며 김민구를 치켜세웠다. 화끈한 성격 그대로였다. 이어 허 감독은 과거 실업 농구 기아자동차 시절 라이벌이었던 현대전자 이충희(현 동부 감독)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때도 내가 긴장할 이유가 뭐가 있어? 게임이 재밌는 거지, 뭐”라고 넘치는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김진 감독은 에둘러 표현했다. 김 감독은 “민구가 KCC에서 주어진 역할이 있듯 종규도 우리 팀에서 역할이 있다. 기록적인 수치에선 민구가 앞설 수 있어도 기록으로 따질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상쇄되는 것”이라고 김종규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두 감독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라이벌의 개념이었다. 김종규와 김민구가 엄밀히 따지면 라이벌이 될 수 없다는 것. 허 감독은 “슈팅가드와 포워드라면 라이벌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포지션이 달라 사실 라이벌이 아니다”라고 했고, 김 감독도 “포지션이 달라 라이벌이라고 하긴 그렇다. 포지션이 같으면 누가 나은지 쉽게 판단했을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 승패 떠나 코트도 뜨거웠다
경기를 앞둔 뜨거운 설전을 뒤로 하고 코트에서 진짜 맞대결이 벌어졌다. 김종규와 김민구는 나란히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시작과 끝이 화끈했다. 김종규는 앨리웁 덩크와 투핸드 덩크로 고공쇼를 펼쳤고, 김민구는 결정적인 3점포로 응수했다.
김종규가 먼저 확실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노승준의 레이업을 블록으로 거둬냈다. 이어 김종규는 속공 상황에서 김시래의 그림 같은 패스를 받아 그대로 앨리웁 덩크를 내리꽂았다. 김시래와 눈을 맞춘 김종규는 손짓으로 공을 띄워달라는 신호를 보냈고, 엄청난 탄력으로 공을 낚아챈 뒤 폭발적인 앨리웁 덩크로 연결했다.
김민구는 경기 초반 풀리지 않았다. 김민구는 1쿼터 종료 직전 김종규를 피해 레이업을 시도한 뒤 내려오는 과정에서 김종규의 발에 밟혀 가벼운 부상을 당해 교체 아웃됐다.
소강 상태였던 둘은 마지막 4쿼터 승부처에서 다시 불이 붙었다. 판은 강병현이 깔았다. 전반까지 21-33으로 크게 뒤진 KCC는 강병현이 3쿼터에만 3점슛 2개를 포함해 폭발적인 득점력을 앞세워 12점을 몰아넣으며 44-46으로 따라붙었다. 김민구는 4쿼터 시작과 함께 깨끗한 3점포를 터뜨렸다. 47-46. 이날 경기 첫 역전의 순간이었다.
김종규도 뒤지지 않았다. 46-48로 뒤진 상황서 팁인으로 양우섭이 불발되자 높이를 앞세운 팁인으로 48-48, 동점을 만들었다. LG가 다시 리드를 잡은 시점. LG는 문태종의 결정적인 3점슛으로 53-48로 앞섰고, 이어 데이본 제퍼슨의 패스를 받은 김종규가 베이스라인을 타고 투핸드 덩크를 작렬해 57-50으로 달아났다.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55-62로 뒤진 KCC는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김민구가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김민구는 종료 1분52초를 남기고 과감한 정면 3점포를 성공시켜 58-62로 따라붙었다. 김민구는 이어진 수비에서 김종규가 잡고 내려온 리바운드를 낚아채며 다시 한 번 공격권을 따냈다. 김민구의 손끝은 화끈했다. 4점차로 뒤진 종료 25.9초 전 김민구는 수비를 앞에 두고 다시 3점슛을 폭발시켰다. 순식간에 61-62, 한 점차로 바짝 추격했다.
그러나 KCC의 추격전은 여기까지였다. LG는 문태종의 자유투로 점수를 벌렸고, KCC는 작전타임 이후 김효범의 뼈아픈 실책이 나오면서 허무하게 끝났다. 김민구는 망연자실한 채 고개를 숙였고, 김종규는 동료들과 함께 환호했다. 종료 부저가 울린 뒤 김종규는 김민구를 찾아 엉덩이를 두드리며 격려를 한 뒤 코트를 떠났다.
LG는 68-63으로 승리해 2연승을 챙겼고, KCC는 3연승 도전에 실패했다. 첫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김종규는 덩크슛 2개를 포함해 10점 9리바운드 1블록으로 맹활약했고, 김민구는 4쿼터에만 9점을 집중시키며 13점 9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min@maekyung.com]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