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 빼다 ‘공’ 빠진 넥센, 넘기고 달리고 빠트리고…

[매경닷컴 MK스포츠(목동) 서민교 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삼성 라이온즈를 들었다 놨다.
넥센은 5회까지 삼성의 수비 혼을 쏙 빼놓더니 6회초 결정적 수비 실책으로 무너졌다.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한 혈전은 넥센 이택근의 실책 하나로 갈렸다.
삼성은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8-6으로 이겼다. 단독 선두 삼성은 넥센과 승차를 2.5경기로 벌렸고, 경기가 없던 2위 LG 트윈스도 0.5경기차로 따돌렸다. 삼성은 치열한 선두 경쟁의 교두보였던 이날 경기서 넥센의 7연승을 저지하며 1위의 위엄을 되살렸다.

21일 목동야구장에서 벌어진 2013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6회 초 2사 1,2루에서 넥센 중견수 이택근이 삼성 박한이의 타구를 놓치는 실책으로 3실점을 해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태근이 실책 후 망연자실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목동)=김재현 기자

넥센은 5회까지 승기를 잡았다. 삼성 수비의 혼을 뺀 타선의 집중력과 벤치 작전의 환상적인 플레이가 속출했다. 1-3으로 끌려가던 넥센은 4회말 1사 1루서 강정호가 삼성 선발 배영수를 상대로 시즌 21호 동점 투런포를 터뜨리며 추격에 성공했고, 이성열의 몸에 맞는 공과 서동욱의 2루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서열과 서동욱의 상대 수비의 빈틈을 놓치지 않은 주루 플레이가 빛났다.

이어 허도환 타석 때 허를 찌르는 스퀴즈 번트 작전이 나왔다. 허도환은 2구째 강공에서 번트로 전환했고, 그 사이 서동욱이 홈을 파고들어 추가점을 따냈다. 삼성 내야수비는 크게 흔들렸다. 유격수 김상수가 불규칙 바운드에 실책성 플레이로 1, 3루 위기에 몰렸고, 이택근이 3루수 박석민이 깊게 수비를 하자 또 한 번 기습적인 번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파울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삼성 내야수비를 바짝 긴장시킨 순간이었다.
5-3으로 앞선 넥센은 승기를 잡은 듯 했다. 그러나 삼성은 다시 추격을 시작했다. 5회 2사 3루서 채태인의 중전 적시타로 한 점 따라붙은 뒤 6회초 2사 이후 4득점을 몰아치며 경기를 뒤집었다.
삼성은 김상수의 볼넷과 정형식의 우전안타로 1, 2루에 주자를 모았다. 여기서 넥센의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중견수 이택근이 박한이의 평범한 중전 안타를 잡으려다 공을 빠트렸다. 빠른 홈 승부로 동점 주자를 잡으려는 생각이 앞선 최악의 결과였다.
이택근은 공을 빠트리는 순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망연자실 했다. 삼성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1, 2루 역전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고, 박한이마저 홈까지 질주해 쐐기점을 뽑았다. 결정적인 수비 실책 이후 넥센은 연속 3안타를 추가로 얻어맞고 와르르 무너졌다.
넥센은 6회말 문우람의 적시타로 6-8로 따라붙었지만, 1사 만루 찬스서 수비 실책을 저지른 이택근이 결자해지 안타를 쳐내지 못하고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박병호마저 삼진으로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위기서 등판한 삼성 구원투수 안지만의 2이닝 무실점 역투가 돋보인 순간이었다.
삼성은 선발 배영수가 5이닝 8피안타(1피홈런)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타선의 지원으로 시즌 14승(4패)을 달성하며 다승 부문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오승환도 1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세이브를 추가하며 팀 승리를 책임졌다. 타선에서는 박한이와 채태인이 3안타 경기로 맹활약 했고, 정형식과 박석민도 멀티히트로 팀 승리를 도왔다.
반면 수비 실책이 겹친 넥센 선발 브랜든 나이트는 5⅔이닝 10피안타 3볼넷 6탈삼진 8실점으로 무너지며 시즌 10패(11승)째를 당했다. 투구수는 114개였다.
이날 아쉬운 패배를 당한 염경엽 넥센 감독은 “6회 나이트를 믿고 맡겼는데 결국 감독의 투수 교체 미스로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내 탓이다. 선수들 수고 많았고, 내일 경기 준비 잘하겠다”라며 자책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기려고 하는 전체 선수 정신력이 좋다.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승환을 조기 투입했다. 열렬한 팬들의 성원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값진 승리 소감을 밝혔다.

21일 목동야구장에서 벌어진 2013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6회 초 2사 1,2루에서 삼성 박한이가 넥센의 수비실책을 틈타 홈까지 뛰어들어 역전 3타점을 기록한 후 멋진 슬라이딩으로 홈인하고 있다. 사진(목동)=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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