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화성) 이상철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에게 중국은 ‘넘사벽’이 아니다. 한국은 3년 전 중국을 격파한 적이 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결정전에서 홈 이점을 가진 중국을 2-0으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6번의 도전 끝에 목에 걸었던 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이었다.
하지만 그게 유일한 즐거운 추억이었다. 한국은 2008년 이후 중국과 전적에서 1승 4무 4패(승부차기는 무승부 처리)로 열세였다. 1승이 바로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결정전에서 거둔 것이다. 아시안게임 이후 3차례 겨뤘는데, 2무 1패로 한 번도 못 이겼다. 승리는커녕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24일 2013 동아시안컵 여자부 2차전에서 중국에게 1-2로 패했다. 지긴 했으나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사진(화성)=옥영화 기자 |
24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경기는 8년 만에 국내에서 펼쳐진 한중전이었다. 개최국 자격이었던 2005년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은 한진숙, 박은선의 연속 득점으로 중국을 2-0으로 제압했다. 이 승리로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북한을 꺾고 일본과 비기면서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역시 안방에선 달랐다. 홈 이점까지 등에 업어서 그런지, 경기를 주도하며 힘차게 몰아붙인 한국이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불의의 선제 실점을 했지만 8분 만에 김나래의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후 그라운드를 장악했다. 중국은 하프라인 너머로 올라서기가 쉽지 않았다. 중국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고 하나, 그만큼 한국의 전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한국은 끝내 웃지 못했다. 경기를 더 잘 하고도, 더 많은 찬스를 잡고도 이를 살리지 못했다. 결정적인 한방이 아쉬웠다.
경기 내용에 아쉬움은 있었다. 사흘 전 북한전에서 체력을 모두 소진한 탓일까. 한국은 북한전과 비교해 중국전에서 기동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집중력이나 골 결정력도 부족했고, 골문 앞에서 세밀한 플레이도 아쉬웠다. 마무리 패스 및 슈팅은 보완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겼다.
그렇지만 충분히 박수갈채를 받을만했다. 중국을 상대로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다. 근래 중국을 상대로 보이지 못했던 ‘원사이드 경기’였다. 경기 막바지 지소연과 전은하의 잇단 슈팅은 중국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한국 여자축구에 희망이 있다는 걸 알리기에 충분했다. 974일 만의 중국전 승리는 없었지만, 더 큰 희망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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