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홍명보호 1기의 주장으로 FC서울의 미드필더 하대성이 선출됐다. 그를 도울 부주장으로는 수비수 홍정호가 뽑혔다. 23명 엔트리 중 최고참인 염기훈은 제외됐다.
확대해석할 필요까지는 없겠으나 허투루 보이지는 않는 결정이다. 대상이 철저한 계산속에서 움직이는 홍명보 감독이라면, 충분히 노림수를 감안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홍명보 감독은 첫 번째 주장으로 하대성을 선임했다. 부주장으로는 홍정호를 뽑았다. 이 과정에서도 철저한 홍명보 감독의 수를 짐작할 수 있다. 사진(파주)= 김영구 기자 |
나이도 적당하다. 1985년생인 하대성은 1983년생인 염기훈에 이어 소집인원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중원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포지션 상으로도 리더에 적합하다. 여기에 추가할 것이 있다. 바로 ‘홍명보의 아이들’과 ‘비 홍명보의 아이들’의 연결고리로 적격이라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홍명보의 ‘수’를 엿볼 수 있다.
동아시안컵을 위해 선발된 23명의 면면을 보면 청소년대표팀과 런던올림픽을 거치면서 홍명보 감독의 가르침을 받은 소위 ‘홍명보의 아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아이들까지는 아닐지언정, 과정 속에서 연을 맺었던 이들까지 합친다면 대부분이 홍 감독과 인연이 있는 선수들이다. 때문에 하대성을 비롯해 고요한 고무열 서동현 김신욱 등 ‘비 홍명보호 아이들’은 왠지 모를 소외감이 느껴질 수 있는 구성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하대성의 주장 선임은 어떤 식의 분열도 원치 않는 홍 감독의 의지가 투영된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홍 감독은 “나이가 많든 적든, 해외파든 국내파든, 내 선발 기준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과 함께 하나의 팀을 강조하고 있다. 가뜩이나 잡음이 많았던 근래의 대표팀 분위기를 감안할 때 하대성을 융화의 매개로 삼았을 공산이 크다.
홍정호를 하대성의 파트너로 세운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결정이다. 부상으로 정작 런던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으나 홍정호는 ‘홍명보의 아이들’의 선수단 리더였다. 홍 감독의 절대적인 총애를 받고 있는 선수다. 홍정호가 부상으로 낙마했을 때 홍 감독은 “그를 대체할 선수는 없다”는 말로 비통함을 금치 못했을 정도다.
요컨대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잘 알고 있는 홍정호로 하여금 하대성을 돕게 해 원활한 유대감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혹, 예전과 다른 차가움으로 오히려 ‘홍명보의 아이들’이 느낄지도 모를 소외감을 막아줄 장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충분히 가능하다. 홍명보 감독이라면.
염기훈의 제외는 ‘배려’였다. 첫 훈련 후 만난 염기훈은 “나이가 가장 많은 선수가 완장을 차면 부담스럽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다면서 대성이에게 맡기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는 뜻을 전했다. ‘왕고 주장의 부담’은 홍명보 감독 자신이 현역시절 느꼈던 것이다. 그 고참 선수에게도 득 될 것이 없고 그렇다면 팀에 좋을 게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사흘 안에 무엇을 어떻게 해서 대표팀을 원하는 곳까지 이끌겠다는 철저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말하는 홍명보 감독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주장선임 과정 속에도 '수'가 들어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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