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1997년 프로야구 입단 동기 두 베테랑의 위엄은 대단했다. 그저 무덤덤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때리고 던졌다.
10일 잠실구장. 2006년 이후 7년 만에 성사된 LG 트윈스 외야수 이병규(9번)와 NC 다이노스 투수 손민한의 재회는 적막 속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은 그라운드에 울려퍼졌다. 이병규는 프로야구 새 역사를 앞두고 자신과의 싸움에 나섰고, 손민한은 LG의 에이스 레다메스 리즈와 맞섰다.
LG 트윈스 주장 이병규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프로야구 역대 최초로 10연타석 안타를 기록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숨죽인 마운드와 타석은 순시간에 불꽃이 튀었다. 손민한의 손을 떠난 초구 120㎞ 커브는 낙차가 크지 않았다. 이병규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고, 배트 중앙을 정확히 통타한 타구는 좌익수 앞에 뚝 떨어졌다. 프로야구 역대 최초로 10연타석 연속 안타 신기록을 수립하던 순간이었다. 2004년 SK 김민재(현 두산 코치)가 세운 9연타석 안타 기록을 뛰어넘은 대기록이었다. 하지만 이병규는 1루에 도착해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가볍게 목례를 하는 것이 세리머니의 전부였다.
손민한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입단 동기의 자존심 대결에서 이병규에게 뼈아픈 기록을 만들어줬지만, 2회까지 실점 없이 막아냈다. 손민한은 1-0으로 앞선 3회 오지환, 박용택, 이병규(7번)에게 연속 3안타를 얻어맞고 첫 실점을 했다. 이어 이진영과 정의윤을 내야 땅볼로 유도했지만, 큰 바운드에 추가 실점해 1-2로 역전을 허용했다.
2사 3루서 다시 만난 이병규(9번). 이병규는 11연타석 안타 기록은 물론 추가점을 뽑을 수 있는 기회였다. 손민한은 1B1S 이후 3구째 1루수 땅볼로 유도해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병규의 신기록 행진도 멈췄다.
이후 손민한의 역투는 대단했다. 4회부터 6회까지 볼넷 1개만 내줬을 뿐 나머지 8타자를 범타 처리하는 위력을 보였다. 6회 이병규와의 세 번째 맞대결에서도 초구 중견수 뜬공으로 가볍게 돌려세웠다.
손민한의 역투가 이어지는 동안 NC 타선은 침묵했다. 1회 선취점을 뽑은 뒤 리즈의 호투에 꽁꽁 묶였다. 결국 손민한도 버티지 못했다. 7회 3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손민한은 선두타자 정성훈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낸 뒤 투아웃을 잡아냈지만, 오지환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이어 박용택과 6구째 승부 끝에 2타점 우중간 3루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이상민에게 넘겼다.
NC 다이노스 선발투수 손민한은 7이닝 5실점으로 3승 뒤 첫 패배를 당했지만, 6회까지 2실점으로 막아내며 베테랑의 위엄을 선보였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손민한은 6⅔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4볼넷 5실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5경기 만에 최다 실점. 이날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0.77을 기록하며 3승 무패 행진을 이어가던 손민한이 첫 패배를 당한 날이었다.
손민한은 비록 7회 무너졌지만, 6회까지 보여준 역투는 면죄부를 받을만큼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최고 구속 144㎞의 직구로 160㎞의 광속구를 뿌린 리즈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이병규는 4타수 1안타로 멀티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생애 첫 최고령 사이클링히트, 역대 4번째 1900안타 대기록에 이어 10연타석 안타 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LG는 7이닝 2피안타 2볼넷 10탈삼진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인 리즈(6승7패)와 2타점씩 기록한 박용택(2안타), 이병규(7번, 2안타), 정의윤 등 타선의 집중력으로 8-1 완승을 거두고 위닝시리즈를 확정했다. LG는 3연패 뒤 2연승을 거두며 3위(41승31패)를 유지했고, NC는 42패(25승3무)째를 당해 8위에 머물렀다.
이날 승리는 LG가 가져갔지만, 이병규와 손민한 두 베테랑의 맞대결은 승패 없는 아름다운 승부였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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