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최강희 감독의 복귀전을 환상적인 4-0 대승으로 이끈 주인공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최강희 감독과의 첫 조우였던 케빈이 제대로 사고쳤다.
전북의 외국인 공격수 케빈이 2경기 연속 멀티골을 성공시키면서 최강희 감독에게 복귀전 승리를 선물했다. 케빈은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남FC와의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경기에서 전반 44분 헤딩으로 선제골 그리고 후반 11분 수비수와의 경합을 이겨낸 단독 드리블 이후 추가골로 승기를 전북 쪽으로 끌어왔다. 전북은 이후 이동국이 2골을 더해 4-0 대승을 거뒀다.
최강희 감독과의 첫 만남에서 케빈이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케빈 입장에서는 최강희 감독의 첫 인상이 무서웠겠으나 최강희 감독에게는 더 예쁠 수 없었다. 사진(전주)= 옥영화 기자 |
경남과의 경기를 앞두고 최 감독은 “너무 얼토당토않은 경기력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선수들의 자세나 집중력이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선수들을 불러놓고 싫은 소리를 좀 했다”면서 “아무래도 날 처음 보는 외국인 선수는 당황했을 것이다. 감독이 오자마자 뭐 저러나 싶었을 것”이라면서 껄껄 웃었다.
그 당황스러움이 결과적으로 케빈의 집중력을 크게 높여 놨다. 실상 전반전 전북의 경기력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가라앉아있던 최근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선수들의 몸놀림은 무거웠다. 최강희 감독의 복귀전이라는 부담도 적잖이 작용한 모습이었다. 몸이 경쾌하지 않으니 공격은 원활하지 않았고 수비는 불안불안했다.
답답한 경기내용으로 전반전이 마감되는 흐름이었다. 이때 케빈의 머리가 불을 뿜었다. 전반 44분 경남 지역 왼쪽에서 레오나르도가 올린 크로스를 케빈이 수비수를 달고 높게 솟구쳐 헤딩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레오나르도의 공을 폄하할 수는 없으나 케빈이라는 공격수의 개인 능력이 빛난 득점이었다.
케빈의 선제골이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줬다면, 그의 두 번째 골은 전북의 잠자고 있던 ‘닥공 DNA’를 깨운 촉매제가 됐다. 후반 11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수비수의 머리를 맞고 나온 것을 가로 챈 케빈은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면서 단독 질주 후 두 번째 득점을 성공시켰다. 필드를 미끄러지는 화끈한 세리머니와 함께 전주성은 실로 오랜만에 뜨거워졌다. 케빈의 2골에 자극을 받은 이동국도 2골을 뽑아내면서 최강희 감독의 복귀전은 최상의 결말로 끝났다.
실상 지난 라운드 수원전부터 케빈은 심상치 않았다. 비록 팀이 5-4로 패하면서 빛이 바랬지만 케빈의 활약상은 발군이었다. 스스로 2골을 뽑았고, 이동국의 골까지 도우면서 3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경기 후 서정원 감독도 “수비수들이 케빈 맨마킹에 실패했다”는 말로 ‘당했다’는 뜻을 전했다. 경기를 앞두고 작전판에 케빈의 부담스러운 신장까지 적어두면서 대비를 했으나 알고도 막지 못한 셈이다. 경남전에서도 케빈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비단 골뿐이 아니라 케빈은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국내 선수들 이상으로 뛰었다. 혹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해도 정신무장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케빈이다. 최강희 감독과의 첫 만남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영입할 때의 기대감에 비해 턱없이 못 미치는 활약에 그쳤던 케빈이 최강희 감독의 복귀와 맞물려 비상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궁합이 맞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기대가 되는 최강희 감독과 케빈이다.
[lastuncle@maekyung.com]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