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시즌 개막 이후 좀처럼 어려움을 겪지 않던 ‘돌풍의 팀’ 인천이 처음으로 휘청거렸다. 후반기의 재개였던 지난 26일 성남과 만난 인천은 1-4로 완패했다. 그것도 홈 경기였다.
모든 경기를 이길 수야 없는 법이지만 제법 충격이 큰 패배였다. A매치 휴식기를 마치고 첫 경기였고, 김남일-설기현-이천수 등 2002월드컵 삼총사가 거의 제대로 가동한 첫 경기였다. 그런데도 실망스런 내용과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올 시즌 처음으로 크게 휘청거린 인천이 선두 포항을 만난다. 시험대 같은 느낌의 상대다. 이 고비를 잘 넘겨야 그들의 바라는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 사진= MK스포츠 |
지난 성남전에서 4실점하기 전까지 인천은 리그 최소실점을 자랑했다. 13경기에서 불과 11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으면서 ‘짠물수비’를 선보였다. 김창훈 이윤표 안재준 박태민으로 이루어진 플랫4는 이름값과 다른 단단함을 자랑했고 1978년생 노장 골키퍼 권정혁은 숨은 고수라는 평가와 함께 뒤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정도다. 그랬던 인천이기에 4실점은 충격이 컸다.
대량 실점 이후 만나는 상대가 포항이라 또 부담이다. 14경기에서 27골. 경기당 2골씩은 넣었던 포항은 14개 클럽을 통틀어 최다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막아낸다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겠으나 부담에 다시 무너지면 꽤 흔들릴 여지가 있다.
공격진 역시 자신들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경기다. 포항은 공격력만 강한 것이 아니다. 14경기 14실점. 이 역시 14개 팀 중 가장 적은 실점기록이다. 미드필드 진영에서부터 강력하게 상대를 압박하고, 수비 시에는 공격수들까지 촘촘한 간격을 유지해 상대를 막아서는 포항의 방패는 좀처럼 쉽게 무너지는 법이 없었다.
10라운드부터 부산 울산 대구 제주와 만난 4경기에서 연속 2실점하면서 체면을 구겼지만, 그랬기 때문에 A매치 휴식기 동안 수비력 보강에 대비를 철저히 했던 포항이다. 요컨대, 절치부심한 포항의 방패를 상대로 인천의 창이 날카로움을 보일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가뜩이나 홈에서는 이상하다 싶을 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기에 공격수들의 분발은 더 중요하다.
올해 인천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 ‘꾸준함’이 있었다. 김봉길 감독은 “전반기에 우리는 연패가 없었다. 계속 이길 수는 없었지만 연속해서 경기를 망치지도 않았다. 경기력의 기복이 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반가운 일”이라는 말로 호성적의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김 감독의 말마따나 ‘꾸준함’이란 ‘강호’라 규정할 수 있다.
포항이 대표적이다. 패한 것도 1경기뿐이지만 2경기 연속해서 무승부를 거둔 것도 한 번 뿐이다. 선두 질주에는 이유가 있다. 요컨대, 꾸준한 포항을 상대로 인천이 연속해서 경기를 망치지 않는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경기다. 관전포인트의 정리다.
15라운드 빅매치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인천이 포항을 잡으면 2위로 비상한다. 하지만 다시 발목 잡히면 다른 팀들에 의해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올 시즌 처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고비가 인천 앞에 놓였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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