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이상철 기자] 와신상담. 누구보다 독을 품고 이를 갈았던 지동원이었다. 뛰고 싶어도 울타리 밖에 있었던 그가 마침내 풀렸고, 물 만난 고기 마냥 마음껏 뛰어놀았다.
지동원은 유럽파 공격 자원이었다. 지난 1월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적 후 5골을 넣으며 기나긴 슬럼프에서도 벗어났다.
그러나 손흥민, 이청용, 김보경 등과 달리 대표팀에서 좀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월드컵 최종예선과 인연도 없었다. 월드컵 최종예선 5경기에 뛰었는데 선발 출전은 딱 1번이었다. 교체 출전이 주를 이뤘는데 대부분 후반 30분 이후에 투입됐다. 많이 뛰지 못했으니 득점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선발로 뛴 경기(3월 26일 카타르전)도 잘 한 게 아니었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펼치며 후반 8분 만에 아웃됐다.
강렬한 한방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어깨를 짓눌렀던 부담을 털어냈다. 무던히 기를 쓰며 뛰고 또 뛰었다. 사진(울산)=김영구 기자 |
그동안의 울분을 토하듯, 공격적인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싶었을 터다. 그러나 지동원은 침착했다. 사욕은 버렸다. 11명 중 1명의 선수로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다. 무모하게 돌파를 시도하거나, 제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공격 첨병 역할에 몰두했다. 많이, 그리고 쉴 새 없이 뛰었다.
또한, 해야 할 일도 명확히 인지했다. 측면 수비수 김창수의 오버래핑시 수비 백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창수가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하던 전반 중반까지, 지동원은 공격보다 수비에 보다 포인트를 뒀다.
3개월 전 지동원은 ‘최악의 플레이’를 펼쳐 무수한 비판에 시달렸다.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놓친 뒤 완연히 무너졌다. 이도저도 아닌 플레이를 일삼았다. 한 축구인은 그를 가리켜 “멘붕이 온 것 같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지동원 스스로도 고개를 숙이며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
다시 얻은 기회였다. 후반 21분 이근호와 교체 아웃될 때까지 66분을 소화했다. 결정적인 슈팅이나 패스는 없었다. 그러나 헌신적인 플레이는 분명 빛났다. 그리고 3개월 전의 짐을 완전히 훌훌 털었다. 이번엔 분명 이도저도 아니지는 않았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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