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임성일 기자] 독일을 넘어 세계 축구사의 큰 획을 그은 ‘카이저’ 프란츠 베켄바워가 한국을 찾았다.
FIFA와 UEFA의 인사로서, 또는 바이에른 뮌헨의 구단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과거와 달리 일선에서 물러나 바이에른 뮌헨의 명예회장으로서 여유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베켄바워는 과거 2006독일월드컵 당시 큰 도움을 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에게 전달할 독일 정부의 대십자 공로훈장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베켄바워는 독일정부에 훈장 수여를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베켄바워는 “오랜 비행시간으로 피곤하기는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이 분데스리가와 UEFA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독일 FA컵까지 우승하면서 트레블(3관왕)을 달성해 무척이나 행복하다”는 말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클럽의 승승장구에 대해 자랑했다. 이어 베켄바워 회장은 뮌헨이 유럽을 정복한 배경, 나아가 독일 축구가 다시 도약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뮌헨이 트레블을 달성하는 과정을 지켜봤을 것이다. 독일인 특유의 포기하지 않는 ‘근성’에 뛰어난 ‘기술’이 가미되면서 독일 축구의 업그레이드를 가져왔다”면서 “이제 독일 축구는 상당히 흥미진진해졌다”는 말로 뿌듯함을 전했다.
선이 굵은 스타일로 1970~80년대를 호령했던 독일축구와 분데스리가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쇠락의 길을 걷더니 2000년대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에 밀려 ‘빅리그’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수준으로까지 추락했다. 그랬던 독일 축구가 시나브로 부활의 조짐을 보이더니 최근 들어서는 다시 중심으로 도약한 모양새다.
베켄바워의 설명처럼, 독일이 원래 잘했던 것(힘과 근성)을 지키며 독일이 약했던 것(기술)을 접목시키면서 변화가 가능해졌다. 10여 년 전부터 멀리 내다보고 실시했던 투자가 비로소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결국, 마음은 급하지만 당장의 열매에 급급하기 보다는 ‘뿌리’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던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베켄바워는 “바이에른 뮌헨의 스쿼드를 보라. 예전은 대부분이 외국인 선수들이었는데 현재는 뮐러나 슈바인슈타이거, 람 등 구단의 유스 아카데미를 통해 배출된 독일 선수들이 많다. 뮌헨뿐만 아니라 도르트문트도 마찬가지다”는 말로 ‘풀뿌리 축구’에 투자했던 것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원동력임을 소개했다. 분데스리가 클럽의 변화는 전차군단 독일대표팀의 변화도 가져왔다.
그는 “현재 독일대표팀은 20대 중후반 선수들이 축을 이루고 있다. 각 클럽의 유스 아카데미에서 성장한 이들이 대표팀에 합류했고, 아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A매치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5~6년 뒤에는 더 젊고 더 기술력이 뛰어난 선수들로 대표팀이 구성될 것”이라는 말로 건강한 세대교체를 설명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 속에서 베켄바워 감독은 2014브라질월드컵에서의 호성적도 자신했다. 그는 “분명 2014월드컵에서 독일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믿는다”는 말로 당당한 믿음을 전했다.
그야말로 전설적인 선수였고 전설적인 감독이었으며 전설적인 행정가인 ‘카이저’ 베켄바워가 전한 이야기는 간단명료했다. 결국 뿌리가 흔들리면 알찬 수확은 불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언제 어느 때고 축구강국으로 꼽혔던 독일도 자신들의 부족함을 위해 ‘뿌리’부터 다시 투자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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