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경기 직후 선수들의 승리 세리머니에 대한 적정선은 어디까지일까.
지난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LG트윈스의 경기 종료 직후 벌어진 ‘물벼락 사건’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임찬규는 경기 승리 직후 MVP로 선정된 정의윤과 정인영 KBS N 아나운서를 향해 물을 퍼부어 논란의 중심이 됐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는 ‘물폭탄 세리머니’가 과연 적절한 행위인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임찬규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정 아나운서의 물폭탄 피해의 주인공이 되면서 고의성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상태. 그렇지만 이는 억측에 가깝다. 팀 막내급에 해당하는 임찬규가 단독으로 이런 행동을 했을 리는 만무하다. 사실상 팀 내 누군가의 지시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결국 LG에서 이런 세리머니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인 셈이다.
특히 방송 인터뷰 세리머니의 적정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소감을 전달하는 방송 공식 인터뷰에서 과한 세리머니가 ‘선수들만의 축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청자와 아나운서를 향한 예의 문제 차원에서라도 선수들의 자제와 함께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 아나운서는 연락을 받고 있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이진영 선수의 인터뷰 도중 벌어졌던 똑같은 상황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옷이 다 안마를 정도였지만. 저보다 이진영 선수가 훨씬 심한 물벼락을 맞은데다 임찬규 선수의 해맑은 표정을 보니 차마 화를 낼 수 없었습니다. 이진영 선수의 보복 믿고 기다릴게요. 제 몫까지”라는 글을 남겨 해당 사건을 여유있게 넘겼던 것에 비해 올해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해당 방송 관계자는 격한 감정을 토로해 해당 행위를 비판했다. 김성태 KBS N PD는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야구선수들 인성교육은 진짜 필요하다. 축하는 당신들끼리 하던지. 너네 야구 하는데 누가 방해하면 기분 좋아?”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속 많이 상하셨겠다”는 한 트위터리안의 메시지에 “저보다야 당사자가 더 그렇겠지요. 감전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란 글을 덧붙여 정 아나운서에 대한 걱정과 함께 감전 사고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당시에는 선수들의 개인 행동을 통제하는데 대해서 반발도 많았다. 그러나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 등 다수의 야구계 원로들은 “지금은 난장판이다. 세리머니에도 품격이 필요하다”며 야구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어느 정도 과도한 행위는 줄어든 모양새지만, 방송 인터뷰가 새로운 타깃이 된 셈. 물론 이것은 그라운드 내에서의 행위로, 방송 중 인터뷰와는 약간 성격이 다른 부분도 있다.
다수의 야구인들은 이번 물폭탄 사건을 두고, ‘언젠가는 멈췄어야 할 수위’였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비교해도 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정도의 물 세리머니는 대부분의 스포츠에도 모두 있다. 다만 장소와 시기의 문제다.실제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지만 한국에 비교해서 수위가 약하고 빈도가 떨어진다. 보통 크림파이나 면도크림이 주로 도구로 활용되는데, 극적인 상황이나 포스트시즌 승리 등의 예외의 경우에만 이런 깜짝 이벤트가 이뤄진다.
다른 스포츠의 경우에도 이같은 세리머니가 방송 중 공식적으로 일어나는 사례는 드물다. 우승이나 중요 경기 승리 이후 샴페인 세리머니와 물 세리머니가 많은데, 보통 락커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특히 선수와 아나운서에게 물을 퍼붓는 행위는 시청자들에게 의외의 사건에 대한 일시적인 쾌감을 주긴 하지만, 모욕적이라는데 대부분의 문화코드가 일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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