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아쉬움은 있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투수 윤석민이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 잘 던졌지만 홈런 2방에 울었다.
윤석민은 16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탈삼진을 7개나 잡았지만, 2회 조성우와 박진만에게 백투백 홈런을 허용한 게 뼈아팠다.
지난해 10월 2일 군산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226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다. 자신감은 넘쳤다. 지난해 SK를 상대로 유난히 강했는데 3경기(선발 2회)에 나가 1실점도 허용하지 않아 평균자책점 ‘제로’를 기록했다. 승리투수도 2차례나 됐다. 지난해 SK에게 윤석민은 ‘높은 산’이었다.
그러나 윤석민은 아직 완벽하지 않았다. 100% 컨디션이 아닌 그는 꽤나 힘겹게 경기를 풀어갔다. SK 타자들은 윤석민을 물고 늘어지며 긴 승부를 벌였다. 선동열 감독은 경기 전 “몸 상태가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하지만, 길게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했으나, 투구수는 상당히 많았다. 5회까지 투구수가 100개(스트라이크 63개-볼 37개)였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1회 1사 2루에서 최정과 김상현을 각각 삼진과 2루수 플라이로 처리해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2회 들어 삐끗했다. 1사 후 조성우에게 풀 카운트 접전 끝에 시속 145km 직구를 던졌다가 홈런을 허용했다. 구장 밖으로 넘어가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윤석민은 다음 타자 박진만에게 다시 한 번 홈런을 허용했다. 마음먹고 던진 직구가 또 털렸다. 지난해 7월 28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장성호, 김경언에게 연달아 홈런을 맞은 뒤 9개월 만에 백투백 피홈런을 기록했다.
윤석민의 위기는 계속됐다. 하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불을 껐다. 특히,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앞세워 SK 타자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윤석민은 3회 정근우와 박재상을 연이어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최정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위기에 몰렸으나 김상현을 삼진으로, 한동민을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시켰다. 4회에도 안타 2개를 맞았으나, 정진기와 정근우를 범타로 처리했다.
5회에는 박재상과 최정, 김상현 등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강력한 인상을 심어줬다. 점점 나아지는 투구를 펼쳤지만, 투구수가 발목을 잡아 5회까지 마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불운하기까지 했다. 타선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KIA 타선은 윤석민이 마운드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백인식에게 꽁꽁 묶였다. 볼넷 3개만 얻어냈을 뿐, 안타 1개도 치지 못했다.
6회 현재 KIA가 0-2로 뒤져있어, 윤석민의 시즌 첫 선발승은 다음 기회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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