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전성민 기자]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이성열 속에 있는 박병호를 보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12일 목동구장에서 “이성열에게 올해는 스윙을 줄이며 콘택트 위주의 타격을 터득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을 잘 거친다면 내년 혹은 내후년에는 박병호 같은 타율, 출루율, 타점, 홈런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내는 팀 공헌도가 높은 타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2 프로야구 MVP인 4번 타자 박병호는 3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4리(111타수 36안타) 출루율 4할1푼1리, 31타점, 홈런 9개를 마크하고 있다.
두 선수는 최정(SK 와이번스)과 함께 홈런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홈런을 제외한 나머지 기록에서는 차이가 있다. 박병호는 13일 현재 타점 2위, 출루율 11위, 타율 12위에 이성열은 타점 11위, 타율 29위, 출루율 43위를 마크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두 선수의 차이를 2볼1스트라이크에서 찾았다. 염 감독은 “박병호는 2볼1스트라이크에서 공을 골라내며 3볼1스트라이크를 만든다. 하지만 이성열은 치겠다는 의욕이 강해 2볼2스트라이크가 된다”고 비교했다.
이어 염 감독은 “이성열이 홈런 1위의 자부심을 갖고 이를 이용했으면 좋겠다. 상대 투수는 2볼1스트라이크에서 홈런 1위 타자에게 쉽게 직구를 던지지 못한다. 떨어지는 변화구를 선택할 것이다. 좋은 공, 자신이 원하는 공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수싸움에 관해 조언했다.
실제로 2볼1스트라이크에서 카운트 한 개의 차이는 컸다. 이성열은 올 시즌 3볼1스트라이크에서 2타수 1안타, 2볼2스트라이크에서 18타수 5안타(타율 0.278) 삼진 12개를 기록했다. 3볼1스트라이크에서 결과가 더 좋았지만 이 카운트까지 가지 끌고 가지 못했다.
반면 박병호는 올 시즌 3볼1스트라이크에서 11타석 5타수 2안타(타율 0.400) 6볼넷, 2볼2스트라이크에서 23타석 22타수 5안타(타율 0.227), 몸에 맞는 공 1개, 삼진 8개를 마크했다.
두 선수 모두 리그 정상급의 힘을 갖고 있지만 선구안에서 차이가 나고 있다. 올 시즌 박병호는 14개의 볼넷을 얻어냈고 17개의 삼진을 당했다. 반면 이성열은 37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볼넷은 6개에 그쳤다.
염경엽 감독은 이성열이 이런 부분들만 가다듬는다면 30개 이상의 홈런을 충분히 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현재의 이성열에게는 부담감을 최대한 줄여주려 한다. 4번이 아닌 6,7번 타자이기 때문에 못 쳐도 괜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도 1~2년 후의 이성열에게 거는 기대감은 숨기지 못했다. 염경엽 감독은 “박병호 같은 타자 두 명이 4번, 6번 타순에 선다고 생각해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성열은 분명 지난 시즌보다 많이 성장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연습에만 전념하고 있다. 이성열이 자신을 바라보는 염경엽 감독의 눈빛에 담긴 박병호를 느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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