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극단적 선택에 아내 사망…남편은 극심한 약물 후유증
뇌종양을 앓고 있던 아내의 부탁으로 70대 노부부가 같이 농약을 마셨지만 아내만 약독물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이 전해졌습니다. 병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아내는 남편에게 "죽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8일 춘천지법 101호 법정 피고인석에 앉은 남편 A(73)씨에게 형사 2부 김성래 부장판사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어 그는 "피고인, 집행유예 기간에 다른 범죄를 저질러도 오늘 유예한 징역 3년을 복역해야 합니다. 집행유예 기간이 5년으로 굉장히 깁니다. 이해되시죠? 듣고 계시죠?"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A씨는 지난 5월 8일 "죽게 해달라"는 아내 B(72)씨의 요청에 따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하고, B씨에게 살충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촉탁살인)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조사 결과 B씨는 2017년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주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시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B씨는 병원에 가1지 않겠다고 했고 정확한 병명도 알 수 없었습니다. 5년이 지나고 넘어지는 횟수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2023년 12월부터는 스스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지면서 A씨 도움 없이는 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5월 7일 B씨는 뇌종양 판정을 받게 됐고 부부는 삶을 비관했습니다. 결국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결심한 부부는 자녀에게 이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습니다.
이튿날, 건강 악화로 극심한 고통을 느낀 B씨는 A씨에게 "여보, 나 있잖아. 이대로는 못 살아. 농약 좀 갖고 와. 먹고 죽게. 죽게 해줘"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에 함께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한 A씨는 B씨의 요청에 따라 농업용 살충제를 들고 와 먼저 일부를 마시고 남은 일부는 B씨에게 먹였습니다. 하지만 약독물 중독으로 B씨만 숨지며 A씨는 촉탁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부탁받고 범행했다고 하더라도 귀중한 생명을 빼앗은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책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44년간 결혼생활을 해온 피해자가 뇌종양 등으로 신체적 고통이 극심한 상태에서 살해해달라고 요청하자 피고인도 극단적 선택을 할 생각으로 범행에 이른 점, 자녀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 피고인이 고령인 데다 살충제를 마신 후유증 등으로 현재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선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sw99033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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