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노량진 소매 상우회 경고…경매 생선 회뜨기 막아

짬짜미 효과는 미미…소비자들 시장서 발걸음 돌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한 소매점포 상우회가 도매로 산 생선 회 뜨기를 막고 짬짜미를 강요해 공정위 경고를 받았습니다.

오늘(17일)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A상우회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지난 5일 경고 처분을 했습니다.

A상우회는 지난 8~9월 회원 약 250점포에 소비자들이 경매에서 사 온 생선 손질을 금지하고, 소매 판매까지 하는 경매상과는 거래하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경매장에서 활어를 사고 시장 내 소매점포에서 회를 떠 저렴하게 즐기는 방식이 유행하자 해당 상우회는 이런 조치를 내렸습니다.

통상 노량진수산시장을 찾는 소비자는 소매점포에서 활어를 고른 다음 즉석에서 회로 떠주면 인근 식당에서 상차림 비용을 내고 먹는 방식으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경매장에서 구매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새벽 일찍 시장에 나가는 수고를 들여야 하지만, 낮 시간대 소매점포에서 사 먹는 것보다 30∼40%가량 저렴합니다. 일부 소매점포의 극성 호객행위와 바가지에 대한 우려도 이 방식이 인기를 끌게 된 요인입니다.

A상우회는 이 방식 탓에 회원들의 영업이 어려워졌다고 봤습니다.

이에 회원들에게 '본인의 물건 외에 중매인·보관장 등에서 판매한 활어 및 기타 상품에 대해서 가공 처리 등을 하지 말 것', '낱마리 판매를 하는 중매인·보관장과 거래하지 말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각서(이행확약서)를 받았습니다.

또한 어길 시 상우회 차원에서 내리는 행정조치도 받아들인다는 조항까지 달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8월26일부터 A상우회가 내린 조치를 시행했음에도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들은 담합이라며 화가 나 시장에서 발길을 돌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른 상우회 소속 소매점포는 여전히 회 뜨기를 해주는 상황이었습니다. 소비자는 각 상우회를 간판 색깔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결국 A상우회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오면서 조치는 사실상 흐지부지됐습니다.

조사에 나선 공정위는 A상우회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회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A상우회가 스스로 이 같은 행위를 멈췄고 잘못을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해 사건을 위원회에 상정하지는 않고 경고 처분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에 밀접한 사건이었던 만큼 신속히 처리하려 노력했다"며 "앞으로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경우 다시 조사를 거쳐 제재당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