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판쳐도 교권보호위원회는 무기력…벼랑 끝 내몰린 교권

【 앵커멘트 】
서이초 사건 이후 정부는 헛된 희생으로 만들지 않겠다며, 교권회복을 약속했는데요.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고 교권침해로 인정받는 사례도 전보다 많아졌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이 적반하장으로 나올 때, 교사 혼자서 감내해야하는 현실은 그대로였습니다.
이상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초등학교 교사 A 씨의 악몽은 지난 5월 학교 체육회에서 시작됐습니다.

운동장에 마음대로 들어온 학부모를 제지했다가 악성민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너 같은 게 교사냐'라는 막말에 고소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A 교사
- "교감, 교장을 차례대로 찾아가서 '저자가 누구냐? 교사로서 자질이 없다. 신문고에 올리겠다. 가만두지 않겠다' 했다고."

교권보호위원회는 지난 8월 학부모가 교육 활동을 침해했다고 의결하고 사과와 재발방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위원회 조치 뒤에도 3달 가까이 사과는 없었고, A 교사는 교단에 서기가 힘들었습니다.

▶ 인터뷰 : A 교사
- "교권 보호는 없습니다. 그냥 무너져서 병가를 쓰고 회피하는 것밖에 없는 거고요."

올 상반기 학부모의 교권 침해 사례는 110건이나 되지만, 절반이 강제성 없는 사과 조치에 그쳤습니다.

고소나 고발 같은 법적인 조치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지난달 22일, 숨진 교사를 비방하던 용산초 학부모 두 명이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인터뷰 : 박상수 / 변호사
- "작년에 극단적 선택을 하신 선생님이 17분이셨습니다. 그중에 순직이 인정되신 선생님은 단 세 분. 그 세 분 중에서 가해자가 기소가 이루어진 케이스는 이번 대전 용산초등학교 선생님 단 한 분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마저도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불기소 처분 됐다며, 학부모들의 악성민원엔 사실상 무방비라고 비판합니다.

MBN뉴스 이상협입니다. [lee.sanghyub@mbn.co.kr]

영상취재: 김민호 기자
영상편집: 이재형
그 래 픽: 이새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