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개모차'. 유모차에서 젖을 먹이다라는 뜻인 '유'라는 글자 대신 '개'를 넣어 만들어진 단어로 이른바 반려견 전용 유모차입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8일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개모차' 판매량이 2019년 대비 4배로 증가했다는 국내의 한 오픈마켓 조사를 인용하며, 처음으로 개모차 판매량이 유모차를 추월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보이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꼬집었는데요.
사진 = WSJ 캡처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댓글엔 "지나가는 유모차의 70%는 정말 개가 타고 있더라", "공원 가봐라. 유모차는 없고 다 개모차더라. 깜짝 놀란다", "아기보다 강아지 유모차가 많다"며 자신의 실제 목격담이 쏟아졌습니다.
"쇼핑몰 엘리베이터에 유모차가 타길래 자리를 비켜줬더니 내릴때보니 '개모차'였다"는 얘기도 다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개가 타고 있었다는 경험담이 많을 만큼 '개모차'가 더 이상 낯선 현상이 아니란 거죠.
"외신에도 소개되니 부끄럽다", "요즘 애는 안 낳고 개만 안고 다니더라"며 출산율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더러 있었습니다.
사진 = 기사 댓글 캡처
가장 눈에 띄는 건 '개모차'가 개에게 좋냐는 궁금증 섞인 댓글들이었습니다.
"개를 개모차에 태우고 다니면 그 개는 운동부족이다", "개에게 가장 좋고 유익한 활동이 산책하면서 냄새를 맡게 해주는 거 아니냐", "걷고 뛸 수 있는 아이를 강제로 유모차에 태우는 것과 같다", "개는 운동이 필요하지, 개모차가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저게 강아지를 위하는 건지, 학대하는 건지. 강아지들이 잠깐 나왔을 때만이라도 걷게 해줘야지, 그마저도 못 걷게 하는 건 학대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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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개모차 사용이 개들의 본능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합니다.
박다예 수의사는 "개들은 후각으로 세상을 인지하는데, 산책할 때 다양한 냄새를 맡는 등 본능적인 자연스러운 활동을 한다"며 "이 때문에 유모차 사용은 행동학적으로 개들의 본능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혜원 한국동물복지연구소 수의학 박사도 "유모차에 태워서 산책하기 보단 스스로 걷고 냄새도 맡고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개들에게 복지란 단순히 먹고, 마시고, 자는 게 충족되어서 가능한 게 아니라 운동량이나 사회적 교류도 충족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박사는 "그런데 유모차를 사용하면 그게 안 되는 것"이라며 "개들이 산책했을 때와 안했을 때 근육량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특히 "다른 개들의 마킹을 냄새 맡고 자기도 거기에다 본인 명함도 뿌리고 해야하는 건데 (개모차를 사용하면) 이런 걸 전혀 못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개들에겐 '마킹'이라는 습성이 있는데, 나의 냄새를 남겨서 다른 개들한테 내 존재를 알리고, 다른 개들이 남긴 냄새를 맡고 '아 이런 개가 지나갔구나' 등을 인지한다는 거죠. 한 마디로 개들의 사회적 행동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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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개모차'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박 수의사는 "예컨대 심혈관 질환이나 정형외과 질환, 신경계 질환이 있다면 외출할 때 유모차 이용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라며 "심장병 있는 개가 산책할 때 뛰거나 흥분하면 '안돼!'라고 얘기했을 때 개가 산책과 심장병을 연결지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마디로 반려견에게 운동 제한이 필요한 질환이 있다면 바깥 공기를 쐬어주면서도 건강을 위해 가만히 있게 해주는 장치, 그러니까 '개모차'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 박사도 "노견, 슬개골 수술을 받아서 재활 중인 개들이나 격하게 움직이는 개들에게는 유모차가 필요하다"며 "반려견의 몸 상태에 따라 유모차를 태울지 말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박 수의사는 "질환이 있는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들에게 운동 제한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산책을 아예 하지 않으면서 내 반려견이 너무 우울해 한다는 죄책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노령견, 아픈 개도 버리지 않고 잘 반려하는 문화가 조금씩 쌓였기 때문에 유모차 판매가 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본다"고 말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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