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심심한 사과’를 무성의한 사과로 오인하고, ‘부모님 소천하셨다’는 말에 무슨 직업이냐 되묻는가 하면, ‘우천 시 장소 변경’ 공지에 ‘우천시’라는 지역으로 장소로 옮기는 것이냐 묻습니다.
또 가정통신문에 적힌 ‘중식 제공’을 보고 ‘한식으로 달라’며 따지는 학부모도 있습니다.
이같은 문해력 저하 ‘일화’, 요즘 심심찮게 보고 있는데요.
제4차 성인문해능력조사 / 제작=챗GPT
교육부가 발표한 ‘제4차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성인 중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의 ‘문해 능력 1’에 해당하는 비율은 146만 명입니다.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비문해’ 성인이라는 겁니다.
사진=네이버 뉴스 댓글 캡처
누리꾼들은 “문해력이 아니라 무식한 거다. 평생 시험에 도움 되는 책만 보고, 심지어 그조차도 제대로 안 읽었을 텐데 아는 게 뭐가 있겠나” “언제부터 영어만 중요하다고 줄기차게 하니 요즘 30대부터 한자도 잘 모르고, 책도 안 읽어서 그런 것 같다”고 반응했습니다.
다만 일부는 “말의 의미가 겹쳐서 다른 뉘앙스로 더 많이 읽힌다면 다른 표현을 써보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 아닌가. 한자식 표현을 모른다고 무시할 일은 아니다” “조롱할 게 아니라 안타까워해야 한다. 문학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다니”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단지 글자를 읽고 못 읽는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언어 사용 사용 능력, 사고 방식에서의 ‘불통’을 부르는 문해력 논란 어떻게 봐야할까요.
이형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는 “사회적인 문제라고 보는 건 너무 과장된 주장이다. 하나의 해프닝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세대별, 학력별 차이에 따른 소통 단절이 ‘문해력’이란 키워드로 표현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반면, 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 연구사는 “지금 당장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젊은 층이 나이가 들면 문예 활동이 자연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각에서는 문해력 저하 배경으로 젊은 층이 자주 보는 짧은 영상 ‘숏폼’을 꼽는데, 일리가 있는 걸까요.
숏폼의 경우 단순한 웃음과 호기심을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소재가 주를 이루고, 화려한 시청각적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선지 숏폼에 익숙해 긴 텍스트 형태의 줄글을 읽거나 장시간 영상콘텐츠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인데요.
이에 대해 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 연구사는 “청년층은 숏폼으로 기초 어휘 자체에 대한 습득, 구사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나 전반적인 문예활동에는 지장이 없다. 쇼츠를 통해 이해하고 습득해서 자신의 표현 방식으로 나타내는 것뿐”이라며 “중장년층은 이런 부분을 역으로 할 수 없다 보니 갭 차이가 나타나면서 서로가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기성세대는 스마트 기기 활용을 통한 문예 능력이 떨어지니까 이런 식으로 양극화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숏폼이 지배적인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고 해서 문해력 문제가 일어났다고 보는 건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경계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저하된 성인의 문해력 상승 가능한 걸까요? 이 교수는 “당연히 가능하다”며 “교육의 문제라고 본다. 경험과 교육이 얼마나 축적이 되고 체득됐느냐에 따라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문해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가족 구성원 세대 간 소통’을 꼽았습니다. 그는 “다른 세대 간 소통을 통해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며 “한 단어가 어떤 의미로, 맥락에서 사용되는지 직접 겪어보는 게 당장의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없지만 이 방법밖에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박 연구사는 “문해는 평생 해야 하는 학습”이라며 “모국어니까 민감하게 접근하지 못하고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받지도, 스스로 그런 교육을 찾지도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사진=국가문해교육센터 캡처
현재 정부는 교육부 산하기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국가문해교육센터를 출범해 성인 문해능력 상승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가문해교육센터에서는 △국가의 현 문해능력 수준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교육 방향을 설정하는 ‘성인 문해능력 조사’ △비문해 성인 등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기초 지자체 소속기관 및 학교 등에 프로그램 운영 지원 △성인학습자 학력인정 및 문해 교육교원 연수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