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계속되는 폭염에 연일 날씨 기사에 눈이 가고 있습니다. '더위 꺾인다는 처서에도 무더위…전국 흐리고 비' , '처서에도 무더위 계속' 등 날씨 예보 기사를 보니 '처서의 마법은 없었다'는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절기 상 오늘(처서)이 지나면 시원해져야 하는데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됐기 때문인데요,
기사 댓글 캡처
"완전 사람 쪄 죽이는 날씨가 9월 초까지 이어진다고?", "몇 년 안에 서울에서 바나나 재배하겠네"
이처럼 날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지금 이 시기에도 계속되는 가마솥 더위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입니다.
"애초에 한국 여름이 끝나는 건 9월 중순은 넘어야 한다", "중국 24절기는 한국 기후엔 전혀 맞지 않다"
또 위와 같은 반응처럼 24절기가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24절기는 한국 기후에 정말 맞지 않는 걸까요?
결론은 "처서는 억울하다"입니다.
24절기는 계절과 기후가 일치하는 기준점을 근원으로 달력의 날을 나눠 정한 것입니다.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는 '봄'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는 '여름'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은 '가을'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은 '겨울'로 나눈 거죠.
게티이미지뱅크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 교수는 "날씨는 매년 계속 바뀌는 반면, 절기라는 건 1년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라며 "절기에는 작은 더위를 의미하는 '소서', 큰 더위를 의미하는 '대서'가 있는데, 소서일 때 대서 때보다 더 더울 때가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서일 때가 대서 때보다 항상 더 덥다면 절기가 잘못된 것이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절기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자꾸 기준을 가지고 뭐라고 하면 안 된다"며 "24시간인 하루를 봤을 때 오후 5시라고 하면 여름에는 환하고 겨울에는 깜깜하다. 이 차이 때문에 오후 5시라는 기준을 바꿔야 하느냐. 절기도 똑같다. 1년의 날씨 시간표를 만든 것일 뿐"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한 마디로 "절기는 억울하다"는 겁니다.
'24절기가 중국에서 유래됐기 때문에 한국에 맞지 않는 것'이라는 댓글에 김 교수는 "우리는 몇 백년 걸쳐 만들어진 황하 문명권이다. 절기는 우리가 문명권의 지식을 공유한 것"이라며 "절기는 문명권의 지식이 몇 백 년 간 총체적으로 쌓인 것으로 우리나라도 몇 백 년 동안 작업하면 우리에게 딱 맞는 절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절기가 안 맞는 걸로 따지면 우리나라보다 땅이 더 넓은 중국이 더 심하다며, 중국 남부로 가면 절기가 하나도 안 맞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절기의 의미가 퇴색된 건 아닐까요?
이 같은 질문에 김 교수는 "지구온난화 이야기가 나온 게 20년 정도 됐다. 데이터가 너무 없다"면서 "온난화 얘기 나온 후 500년이 쌓이면 그때는 '절기가 의미 있다, 없다'를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시기상조"라고 답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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