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가 생성형 AI 붐을 타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알려져 있던 컴퓨터 부품 회사가 이제는 전 세계 증권 시장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회사가 된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이날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시가총액이 3조 3천350억 달러에 달해 마이크로소프트(3조 3천173억 달러)와 애플(3조 2천859억 달러)을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습니다.
1993년 엔비디아가 설립된 이후 31년 만에 최초의 기록입니다.
엔비디아는 초기 3D 비디오 게임을 구동하는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조해 판매하며 시장에 진입했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이후 GPU 부문에서 뛰어난 성능으로 입지를 다진 엔비디아는 2018년 비트코인 열풍으로 코인 채굴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을 때 이들의 컴퓨터에 필요한 GPU를 공급하며 한 단계 도약했습니다.
이어 2020∼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PC 수요 급증으로 실적이 대폭 늘고 메타버스 수혜주로 꼽히기도 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지난 3월 엔비디아 GTC 콘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젠슨 황 CEO / 사진=연합뉴스
2022년 11월 오픈AI가 대화형 AI 챗봇 '챗GPT'를 공개하며 엔비디아의 폭발적 성장이 시작됩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언어 모델을 훈련하는 데 엔비디아의 GPU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엔비디아 주가에 날개가 달린 것입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2022년 말(액면분할 반영 14.6달러) 이후 이날까지 약 1년 반 동안 9배 넘게 상승했습니다.
1999년 기업공개(IPO)로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25년간 엔비디아 주식의 수익률은 재투자된 배당금을 포함해 무려 59만1천78%에 달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이처럼 업계 최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래픽 칩에 대한 회사의 큰 베팅에 더해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의 확고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습니다. 젠슨 황 CEO는 IT 산업이 "가속 컴퓨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견했습니다.
엔비디아의 IPO 당시 투자한 웨이브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전략가 라이 윌리엄스는 "젠슨은 항상 훌륭한 소통가였고 좋은 이야기를 들려줬다"며 "확실히 GPU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브라이언 멀버리도 "(엔비디아) 경영진의 엄청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며 "그들은 하드웨어 혁신의 물결마다 완벽하게 잘 포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엔비디아는 현재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칩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으며, AI 모델을 개발 중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AI 칩 수요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세계 각국 정부들이 정보·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면서 AI 칩 수요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지난 1분기(회계연도 2∼4월) 매출은 260억 달러(약 36조 원)로, 작년 동기 대비 262%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AI 칩을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427% 급증한 226억 달러(약 31조 원)로, 전체 매출의 약 86%를 차지했습니다.
AI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시대적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이런 시대 전환의 핵심에 있는 기업 엔비디아에 전 세계 투자 자금이 쏠리는 양상입니다.
여기에 엔비디아가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주식 액면 가치의 10분의 1 분할을 단행하면서 주당 1천 209달러 수준이던 주가가 121달러 수준으로 낮아져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도 높아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주식 분할이 소액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면서 주가 상승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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