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 3개월 취소 판결…형사재판에선 지난 1월 대법이 '증거 안된다' 판단
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녹음한 교사의 발언을 형사 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에 이어 정직 징계의 근거로 쓸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최근 교사 A씨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A씨는 2018년 자신의 반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학교 다닌 것 맞아?" 같은 발언을 해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학생의 부모는 자녀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등교 시킨 뒤 이 같은 내용의 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녹음파일은 A씨의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형사재판 1·2심에서 유죄의 근거로 인정됐지만 대법원은 지난 1월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은 정직 징계가 적절했는지를 따지는 재판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녹음파일 등이 징계 절차에 직접 증거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A씨가 징계 사실을 인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녹음파일을 배제하지 않은 채 그 존재와 내용을 참작해 이뤄진 징계양정은 그 자체로 타당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습니다.
아울러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탄원서를 제출한 점, A씨가 해당 학생에게 과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미안하고 반성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몰래 녹음은 그 자체로 불법이며, 교원들의 교육활동 위축과 교실 붕괴, 학생의 학습권 피해로 이어진다.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면서 행정법원 판결을 환영했습니다.
[오지예 기자/calling@mbn.co.kr]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