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기부 계속...괴산군 불정면 저소득계층 주민 등에 전달 예정"
힘들게 사는 분들께 써달라며 현금다발을 놓고 사라지는 익명의 천사가 충북 괴산군에 또 나타났습니다.
지난 8일 오전 11시쯤 충북 괴산군 불정면 행정복지센터 1층에 한 중년 남성이 들어섰습니다.
그는 익숙한 듯 주민복지팀을 찾아 강귀연 팀장 책상에 회색 종이가방(쇼핑백)을 놓았습니다.
강 팀장은 당시 한 민원인과 대화 중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손가락으로 봉투를 가리키며 민원인 뒤에서 입 모양으로 "이·거·놓·고·가·요"란 말만 남기고 돌아섰습니다.
가방 안엔 노란 고무줄로 묶은 5만 원권 돈다발 4묶음이 들어 있었습니다.
100장씩 묶은 돈다발은 400장으로, 모두 2000만 원이었습니다. 강 팀장은 "당시 민원인을 응대하느라 이 남성과 말 한마디도 섞지 못했다. 복지센터에 들어왔다가 쇼핑백을 두고 간 시간이 30초도 채 안 될 정도로 '휙' 하고 사라졌다. 고맙다는 말도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남성이 이런 방식으로 면사무소에 현금을 기부하기 시작한 건 2021년부터 4년째입니다.
2021년 200만 원과 805만 원, 2022년엔 1000만 원씩 두 차례 기부했고 지난해에는 1월과 7월 2000만 원씩 총 400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이렇게 4년간 기부한 돈을 합산하면 9005만 원입니다.
강 팀장은 "이름 등이 알려지는 것을 바라지 않아 묻지 않았지만, 안경, 살짝 희끗희끗한 머리, 수수한 차림새,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나이 등으로 미뤄 이번에 기부한 남성이 지난 2021년부터 수시로 쇼핑백에 성금을 넣어 기부하는 동일 남성으로 추정한다"며 "불정면에 사는 분이라는 정도만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경 불정면장은 "기부천사의 정성에 덩달아 우리 직원들도 매년 가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며 "소중한 성금은 불정면 저소득계층 주민과 복지사각지대 가구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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