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광개토왕(재위 391∼412)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을 탁본(拓本)한 자료가 프랑스에서 새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이 아닌 서구권에서 광개토왕비 탁본이 확인된 데다, 다른 탁본과도 차별점을 가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23일) 학계에 의하면, 박대재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오는 24일(현지시간) 프랑스 고등학술기관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열리는 학회에서 새로운 광개토왕비 탁본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광개토왕비는 414년께 중국 지린성 지안에 세워진 비석으로, 장수왕(재위 413~491)이 부친의 능을 조성하며 세운 높이 6.39m의 비석입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비석으로도 여겨지며, 총 4개면에 1775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박 교수가 찾은 탁본은 그동안 콜레주 드 프랑스의 아시아학회 도서관이 소장해온 자료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광개토왕비 탁본과 혼동해 조명받지 못했습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탁본은 그간 '샤반 본(本)'으로 불리며, 동아시아 이외 지역에 있는 유일한 탁본으로도 알려져 있었습니다.
아시아학회 도서관 측은 최근에야 이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 교수는 "도서관에서도 지난해 말 학회 창립 2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존재를 알게 됐다고 한다"며 "올해 9월 이런 내용을 인지해 실측 조사,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 탁본이 지난 1907년 입수한 ‘샤반 본(本)’보다는 늦은 시기에 제작된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번 광개토왕비 탁본의 기증자는 아시아 불교 미술을 연구한 앨리스 게티(1865~1946)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1917년 5월 11일자 학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 탁본은 게티 여사가 기증했다고 기록돼있습니다.
박 교수는 "게티는 1908~1913년에 자료 조사를 위해 아시아 지역을 3차례에 걸쳐 답사한 바 있으며, 그때 탁본을 수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박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광개토왕비) 탁본 가운데 유일하게 같은 시기에 제작된 복본(複本)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매우 희귀한 가치를 지닌 자료”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탁본들과 박대재 고려대 교수가 새로 확인한 탁본(두 번째)을 비교한 사진 / 사진=연합뉴스
한편 박 교수에 의하면 광개토왕비 탁본은 총 4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가로 37∼38㎝, 세로 63∼67㎝의 종이를 여러 장 이어 붙여 비석 면에 새긴 글자를 찍어냈으며, 현재까지 총 4면 가운데 3번째 면을 제외한 1면, 2면(중복), 4면이 확인됐습니다.
그는 “조사에 참여한 복원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종이 재질은 중국의 선지(宣紙), 일본의 화지(和紙)와 다른 제3의 종이로 추정된다고 한다”며 한지일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최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efavorit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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