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연기 불가"…국방부 "출산예정일이나 출산일이나 마찬가지"
"출산예정증명서 대신 출산증명서를 냈다고 해서 예비군 (훈련) 연기를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이런 사연을 제보한 계모(29)씨의 아내는 지난 19일 첫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는 출산예정일에 딱 맞게 태어났습니다.
계씨는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예비군 훈련을 미루려고 출산 이틀 뒤인 지난 21일 훈련 소집 연기를 신청했습니다. 예비군 소집 예정일이면 '생후 13일'밖에 안 되는 갓난아이와 아직 몸이 성치 않은 아내를 두고 갈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훈련 중 연락이 잘 안되는 데다 불특정 다수와 접촉할 경우 혹시 아이에게 감염병을 옮기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점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예비군 교육훈련 훈령' 연기 가능 사유에는 '배우자의 출산예정일이 소집 기간 14일 전·후와 중복된 경우'가 들어있기 때문에 당연히 가능할 줄 알았습니다. 의료기관의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출산증명서'를 떼서 제출했습니다.
아내와 아이가 있는 병원의 분만센터/사진=연합뉴스
그런데 관할 예비군 동대장은 전화로 "연기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습니다. 그 이유는 연기 사유에는 '출산예정일'이라고 적혀 있을 뿐 '출산일'이라는 표현은 들어있지 않은 만큼 '출산증명서'로는 훈련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대장은 계씨에게 "출산일과 출산예정일은 다르다"며 "출산증명서 말고 출산예정증명서를 가져오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황당해진 계씨는 "출산예정일과 출산일이 (19일로) 같다. 이미 출산했기 때문에 출산증명서를 제출한 것인데 연기할 수 없다는 건 이상하다"고 재차 항변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1회까진 무단으로 불참해도 불이익이 없으니 무단 불참하라"는 답변이었다고 합니다.
계씨는 억울함을 풀고자 지난 23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방부에도 관련 내용을 질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보를 한 것이었습니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상황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계씨의 연기 신청은 바로 승인됐습니다. 이번엔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보통 산부인과에서 쓰는 표현이 '출산예정일'이어서 그렇게 표현해둔 것인데 (출산증명서를 냈다고 해서 연기가 안 된다고 설명한 것은)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교육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동대장도 어제(27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국방부에서 전화를 받고 내 오류를 알게 됐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당시 무단 불참하라고만 한 게 아니라 차선책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개인 사유서를 제출할 수도 있다고 안내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반면 계씨는 "무단 불참 말고 다른 대안을 들은 적이 없다"며 "저출산이 급격히 진행되는 시대에 아빠의 육아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문구만 따지는 것부터 변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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