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외도를 했다고 의심해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2년이 선고됐습니다.
45살 남성 A 씨는 동갑내기 여성 B 씨와 2000년 결혼했습니다. 둘 사이에는 딸 하나가 있었습니다.
결혼 22년차인 지난 2022년 12월 10일, B 씨는 회사 동료들과 만난다고 나갔는데 A 씨는 아내가 실제로는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갔다고 생각하고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의심이 시작된 지 엿새만인 같은 달 16일 새벽, A 씨는 집으로 오는 B 씨를 마중나가 기다렸다가 B 씨가 몰고온 차에 탄 뒤 대뜸 일대를 주행하기 시작했습니다.
A 씨는 조수석 뒤에 앉아있던 B 씨에게 "10일 그 때 회사 본부장하고 실장들하고 놀러 가기로 한 거 있는데 그 때 내가 전화해도 안 받고 끊더라. 왜 그랬냐"며 "그때 너 회사 사람들과 출발한 게 맞냐"고 추궁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그날 너 만나는 장소를 따라갔는데 네 차는 보이지도 않았다 어떻게 된 건지 얘기를 해라,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다"며 A 씨 자신이 미행했었다는 사실도 알렸습니다.
이에 화가 난 B 씨가 반발하면서 두 사람은 말다툼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마침 B 씨에게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걸려오자 A 씨는 "전화를 받아라"라고 말했고, B 씨는 "죽여, 죽여" 라고 소리치며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격분한 A 씨는 차를 멈춘 뒤 가지고 있던 캠핑용 칼로 B 씨를 50여 차례 찔러 살해했습니다.
평소 가족과 지인에게도 폭력적 성향
A 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평소에도 가족과 주변에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걸로 파악됐습니다.
A 씨 딸은 "아빠가 수시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가족들에게 욕을 하거나 우산이나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엄마(B 씨)를 발로 찼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지난 2018년~2019년 경에는 A 씨가 B 씨와 말다툼을 하던 걸 딸이 말리자 A 씨가 부억에 있는 과도를 들고와 다 죽이겠다며 가족들을 협박하기도 했다고 딸은 밝혔습니다.
숨진 B 씨의 자매도 "A 씨가 저에게 술을 권유했는데 거절하지 갑자기 망치를 가지고 와 저와 제 남편을 위협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재판 도중에는 교도관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라고 하자 A 씨가 "이게 죽을라고"라고 말하며 공격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재범위험 크다…징역 22년 선고
결국 지난 5월 1심 법원은 A 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창치 부착 10년을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A 씨의 재범위험성 평가 결과 '높음' 수준으로 재범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지난 2009년 폭력행위처벌법상 집단·흉기 등 상해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과 2014년 폭행죄로 벌금 100만 원 등 전과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외도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품고 격분해 흉기로 50여 차례 찔러 살해해 범행수법이 잔혹하다"며 "피해자 자녀와 형제자매, 모친 등 유족들은 청천벽력 같은 피해자 사망 사실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받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유족들도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딸은 선처를 요구했고 A 씨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재판 도중 B 씨를 탓하는 듯한 진술을 하기도 한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사 측과 A 씨측이 모두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 부장판사)도 지난 7일 1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1심과 같은 징역 22년을 선고했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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