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김밥집을 도왔던 청년, 버킷리스트로 생명나눔

평일엔 건설현장, 주말엔 김밥집…사고로 뇌사 판정
어머니 "속 한 번 안 썩힌 아들, 나도 같이 장기기증 약속했다"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가 된 28살 청년이 생전 뜻에 따라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3일 제주한라병원에서 구경호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심장과 간, 좌우 신장을 기증했다고 오늘(25일) 밝혔습니다.

지난달 7일 공장에서 작업하다 추락해 급히 병원으로 실려 온 지 6일 만이었습니다.

기증원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경호 씨는 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의 사업체를 꾸리는 것을 목표로 평일에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어머니의 김밥집을 도우며 착실히 저축해 왔습니다.

그가 사고로 의식을 잃은 뒤 경호 씨의 부모는 아들의 '버킷리스트'에 장기기증이 적혀 있는 걸 발견했고, 아들의 뜻에 따라 기증을 결심했다고 기증원은 전했습니다.

어머니 강현숙 씨는 경호 씨가 속 한 번 안 썩이고 착하게만 자라온 아들이었다며, 아들이 떠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슬플 것 같아 기증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강 씨는 사랑하는 아들을 향해 본인도 같이 장기를 기증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왔다며,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국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