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 문제 제기에
“충실한 심리 통해 정의로운 결론 이르러야”
“충실한 심리 통해 정의로운 결론 이르러야”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모든 허물은 저의 탓으로 돌려 꾸짖어주시되 오늘도 ‘좋은 재판’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법부 구성원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달라”고 밝혔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오늘(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사법부가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책임을 다하는 길은 오직 사법의 본질적 가치인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실현함에 있다는 굳은 신념과 절박한 사명감으로 새로운 사법의 길을 찾아 대법원장으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임기 초 ‘좋은 재판’을 강조해온 김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도 ‘좋은 재판’을 11차례나 강조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좋은 재판을 실현하는 과정은 곳곳에 암초가 도사린 험난한 길이었다”며 “유례없는 감염병 위기 상황으로 사법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좋은 재판의 믿음은 퇴임을 하는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변한 적이 없다”며 “‘좋은 재판’은 국민이 이를 체감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므로, 국민이 재판에서 지연된 정의로 고통을 받는다면 우리가 추구해온 가치들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지적되는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입니다. 김 대법원장 재임 당시 전국 법원에서의 민사합의 사건 처리 기간은 계속해 늘어났습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 민사소송 1심(합의 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재작년 대비 2개월 늘어난 14개월입니다. 2심의 경우 고등법원 332.7일, 지방법원 324.2일 소요됐습니다. 대법원에서 진행하는 민사 소송 상고심 판결은 3개월 이상 길어진 238.9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김 대법원장은 “정의의 신속한 실현도 우리가 놓쳐서 안 될 중요한 가치이지만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는 방향도 결코 되돌릴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사법 행정의 재판에 대한 우위 현상은 사법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고, 법관의 내부적 독립은 한층 공고해졌다”며 “사법부의 독립된 법관들은 단호한 의지와 불굴의 용기를 갖고 재판과 사법부 독립을 수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늘(22일) 오전 서울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사법 개혁의 과제를 안고 2017년 9월 25일 대법원장에 취임했습니다. 이후 △고등부장 승진제 폐지 △법원장 후보 추천제 도입 △법원행정처 축소 △사법행정자문회의 신설 등 인사제도 개혁·사법행정 권한 분산에 앞장섰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논란에 휘둘리거나 ‘코드 인사’를 반복했다는 지적과 법원의 사건 처리 지연 등의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모레(24일)까지입니다. 여야는 김 대법원장 퇴임 이튿날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치겠다는 방침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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