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횟집서 버젓이 판매돼
멸종위기종인 나팔고둥이 울릉도 내 횟집에서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멸종위기종이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멸종위기 국가보호종인 '나팔고둥'이 경북 울릉도의 횟집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의혹은 지난달 25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예고편에 관련 장면이 나가며 불거졌습니다.
한 출연자가 수족관에 전시된 나팔고둥을 손으로 들고 있는 장면이 예고편으로 나간 건데, 온라인 상에서 "멸종위기종인 나팔고둥이 횟감으로 버젓이 팔리는 장면이 방송에 나왔다"는 지적이 잇따른 겁니다.
또 "제작진은 멸종위기종인 줄 모르고 촬영했다 쳐도 업체는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취지의 비판도 나왔으며, 현재 해당 장면은 공식 예고편에서 삭제된 상태입니다.
경북 울릉도의 한 횟집에서 팔리고 있는 멸종위기 나팔고둥의 모습 / 사진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국시모)이 관련 제보를 받고 지난 2일 울릉도 오징어회타운을 찾아 확인한 결과 멸종위기 동물인 나팔고둥이 3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습니다.
이들은 "주민 인터뷰를 통해 대부분의 횟집에서 나팔고둥을 불법으로 판매 또는 보관해왔던 것으로 파악했으며 울릉도에서는 나팔고둥이 해방고둥으로 불리며 식용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팔고둥의 성체 크기는 최대 30cm로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가장 큰 고둥류 생물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껍데기에 구멍을 뚫어 나팔로 사용했기 때문에 '나팔'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식용 또는 관상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채집되면서 개체 수가 급감했는데, 이 때문에 지난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됐습니다.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국가보호종이기도 합니다.
나팔고둥은 해양 생태계를 황폐화하는 불가사리의 유일한 천적으로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 어민들이 나팔고둥과 소라를 잘 구분해 혹여나 나팔고둥이 혼획 또는 유통되지 않도록 주민 홍보와 현장 계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합동 보호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은주 의원이 환경부 제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정부 합동 보호대책이 발표된 직후 하반기에 일부 지역에서 홍보 활동이 진행됐을 뿐 전국적인 전수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 의원은 "정부는 문제가 생기면 대단하게 문제해결을 할 것처럼 요란하게 홍보만 하고 뒤돌아서면 그걸로 끝"이라며 "정부 합동 대책이라면서 멸종위기종이 어디서 어떻게 불법 유통·판매되고 있는지 전수조사조차 안 하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 1급 생물을 허가 없이 포획·채취하거나 유통·보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 죽인 경우에는 징역 5년·5000만 원 이하 벌금 등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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