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딸이잖아" 애원에도 강제추행한 친부…"딸, 정신 문제있다"

피해자, 작년 11월 스스로 목숨 끊어…"아버지에게 성폭력 당했다"
친부 측 "딸에게 정신적 문제 있어. 당시 술 만취 상태" 주장
피해자 친모 "친부 측, 4~5년 전 정신문제 거론하며 2차 가해"

친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결국 죽음으로 내몬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피고인 A 씨(57)는 지난해 1월 당시 21세였던 딸에게 연락해 "대학생도 됐으니 밥 먹자"며 불러냈습니다. A 씨는 가정폭력 등의 이유로 딸이 어렸을 때 이혼한 상태였습니다.

B 씨를 만난 A 씨는 자기 집으로 데려가 신체 접촉을 했고, 거부하는 B 씨를 때리며 성폭행까지 시도했습니다.

B 씨 측이 전한 녹음 파일에는 "아빠, 아빠 딸이잖아"라고 애원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런 구체적 정황에도 A 씨가 범행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가 아닌 강제추행 혐의만 적용됐고, B 씨는 작년 11월 "직계존속인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B 씨의 유서에는 "10달이 지나도록 사건의 진전이 없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피해자가 싫다고 거절하거나 울부짖는 소리는 피고인이 범행을 시도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말들로 보이며 피해자가 허위나 무고를 위해 진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검찰과 A 씨는 각각 양형 부당,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오늘(5일) 대전고법 형사3부 심리로 항소심 재판이 열렸습니다.

대전고등법원 외경. / 사진 = MBN

이날 재판에서 A 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피해망상 등 정신 병력이 있다", "피고인과 다투다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은 "피해자를 가까이에서 지켜 본 대안학교 생활 담당자로부터 '피해자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들었다"며 해당 담당자를 증인으로 채택해 줄 것을 부탁하는가 하면, 범행 당시 A 씨가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심신상실 상태였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피해자가 제출한 녹음 파일에 대해서는 "일부러 당시 상황을 녹음으로 남겨놓으려는 듯 타이핑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다른 이와 모의한 정황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A 씨 변호인의 발언에 방청석에서는 야유가 흘러 나왔습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B 씨의 모친은 A 씨의 변호인이 진술하는 내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습니다.

모친은 "딸이 아버지 전화를 계속 수신 거부하다 어쩔 수 없이 만났는데, 피고인은 먼저 전화를 걸었다며 꼬셨다고 얘기하고 있다"면서 "사건 당시와 관계가 없는 4∼5년 전의 정신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2차 가해를 하고 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계속 저런 얘기를 듣고 있으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녹음 파일과 관련해 변호인에게 "녹음 파일이 오히려 피고인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만큼 증거로 채택, 법정에서 청취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에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녹음 파일이 위법 수집 증거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증거 채택 여부를 고민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다음 재판은 A 씨의 구속 만기일을 고려해 다음 달 10일 오후 5시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