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외인구단’ 까치, 제 젊음의 모델”
“1% 과학 정보로 99% 상상력, 판타지 만들어”
“이 세상 가장 많은 이야기 한 작가로 남고 싶어”
“1% 과학 정보로 99% 상상력, 판타지 만들어”
“이 세상 가장 많은 이야기 한 작가로 남고 싶어”
“내가 죽고 난 뒤에도 나 대신 만화를 그릴 수 있다는 게 가장 매력적”
‘공포의 외인구단’(1983년) 등으로 한국 만화계를 이끈 이현세 작가가 오늘(13일) MBN 시사프로그램인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인공지능(AI)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밝혔습니다.
이 작가는 지난해 10월 만화기획사와 손을 잡아 지난 44년 동안 창작한 만화책 4,171권을 AI에 학습시켜 자신의 그림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 작가는 AI를 활용해 “이현세 모든 만화의 생각과 화풍을 학습해서 언젠가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써서 오리지널 그림을 그리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AI로부터 만화가의 자리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옛날부터 내려온 전통 문학을 공부해서 행간과 행간 사이에 작가가 주고자 하는 깊은 의미의 사고를 가지고 접근했을 때 인공지능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AI 학습 과정을 지켜본 이 작가는 “인공지능의 제일의 장점은 착하다는 것”이라며 “농땡이도 안 부리고 명령을 준 대로 스물 몇 시간 쉬지 않고 공부해서 학습하려고 하는 기능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기술과 아이큐는 있는데, 뭔가 감성이나 상상력이 부족하다”며 “그 부분을 제가 채워준다면, 정밀성과 노동력 부분에서 굉장한 작업을 해낼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만화와 현실의 평행선…“같이 간다”
사진=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이 작가는 대표작 ‘공포의 외인구단’ 발표엔 군사정권의 스포츠 진흥책에 따라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가 영향을 미쳤다며 “절호의 기회”였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그때까지 아마추어 스포츠는 정의로움, 순수함 이걸로 다 포장돼 있었다”며 “구단은 사업을 위해서 구단을 만드는 거고 선수는 연봉을 위해서 뛴다. 모든 인간의 욕망을 다 넣을 수 있으니까 대단한 기회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1980년대 민주화 열망 속 불의에 맞선 다수의 청년들이 많았던 시대상 속 반항아 ‘까치’ 오혜성의 성격을 설정할 때 “걸림돌투성이인 제 젊음을 롤 모델로 삼았다”고 했습니다.
이 작가는 “‘충효예’라는 전통적 가치관의 모든 젊은이들이 숨쉬기도 어려웠을 때 ‘이래서는 안 돼, 안 돼’ 일탈을 부추겼으니까 대단한 모델이었다”며 “(독자들이 열광한 이유도) 자신들이 위안 받았던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사진=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이어 작품 내 사회의 불이익, 저항도 표현한 것 같다는 질의에는 “나쁜 땅에서 자라면 독초가 되고 좋은 땅에서 자라면 약초가 되듯이 굉장히 민감하다”며 “사회 현상하고 만화 작가들의 작품하고는 똑같이 표현된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번 생은 망했어, 하지만 다음 생에서’를 기대하는 등 우리 웹툰도 보면 거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나가고 있다”며 “그리고 과학과도 긴밀한 연관을 맺는다. 과학자가 1% 이렇게 정보를 주면 만화가들은 그걸로 99%의 상상력으로 SF라는 판타지라는 걸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K 웹툰, 맞지 않다”…왜?
이 작가는 전 세계 시장 속 한국 만화의 위상에 대해 “인터넷 만화의 최강국”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K-팝, K-푸드 등과 같이 ‘K-웹툰’으로 부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영화나 음악이든 이런 것들이 외국에서 먼저 발생해서 한국에서 그걸 깨어나게 만드니까 K라고 붙일 수가 있지만, 웹툰은 우리 한국이 먼저 젊은이들이 개발해서 만든 거니까 그냥 웹툰이라고 그래야 하지 거기에 ‘K’를 붙이는 건 맞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가는 ‘어떤 만화가’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한 작가”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야기를 만드는 힘의 원동력에는 그 욕심이 있는 것 같다”며 “매번 새로운 이야기에 도전하니까 옥에 티가 많겠지만, 나머지 뒤의 사람들이 어떻게든 저를 정리해 주지 않을까”라며 미소를 띄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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