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있는 술상 치워줘"…군 후배 개인 심부름시킨 여군

전역 전 정직 3개월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 냈다가 패소

평소 근무태도가 불량하고 후배들에게 각종 개인적 심부름을 시켜 물의를 빚은 여군 하사관이 전역 조치됐습니다.

2014년 여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A 전 중사는 3년 전인 2020년 육군 모 사단에서 근무할 당시 늦게 출근하는 날이 잦았습니다.

오전 8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데도 20∼30분씩 늦었고, 점심시간에 위병소에 도착한 날도 있었습니다.

A 전 중사가 지각한 날은 1년 7개월 동안 25차례에 달했습니다.

그는 잦은 지각뿐만 아니라 심부름을 후배 여군 부사관들에게 시키기도 했습니다.

2020년 12월 B 하사에게 "퇴근하고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쓰레기봉투 좀 사다 줄 수 있냐"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후에도 B 하사는 "PX에서 음료수를 사다 달라"거나 "성과상여금 서류를 대신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C 하사는 A 전 중사의 청렴 교육 문제를 대신 풀어줬고, 차량에서 짐을 옮길 때도 불려 갔습니다.

이듬해 1월 A 전 중사는 두 후배 하사와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뜬금없이 "오늘 누가 근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C 하사가 내 집(독신자 숙소)에 가서 (술)상 좀 대충 치워달라"고 했습니다.

선배 부사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던 C 하사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뒤 A 전 중사의 숙소에 가서 혼자 술상을 치웠습니다.

군사훈련 / 사진=연합뉴스

A 전 중사는 상황실 근무 때 2시간가량 자리를 비우거나 초과근무 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도 적발됐습니다.

여단장은 2021년 12월 근무지 이탈금지 의무와 성실의무 위반으로 그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했습니다.

A 전 중사는 이 징계로 현역 부적합 심사에 넘겨져 전역 처분을 받았고, 곧바로 여단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의 근거가 된 정직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소송에서 "(지각의) 근거가 된 위병소 출입 기록은 잘못 작성돼 믿기 어렵다"며 "물건을 사다 달라고 한 행위는 심부름이 아니라 부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독신자 숙소를 치워달라고 한 날은 당직 근무가 예정돼 있었다"며 "전날 같이 마신 술상을 간단히 치워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인천지법 행정1-1부(이현석 부장판사)는 A 전 중사가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오늘(19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출근하기 위해 부대 위병소에 도착하면 병사가 신원을 확인한 뒤 보고하고 지휘통제실 근무자가 출입 시간을 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이라며 "시간 오류가 생길 여지가 적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원고는 직무 관련성이 없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후배들에게 대신하게 했고 심지어 물건 구매와 술상 치우기 등 사적 심부름도 시켰다"며 "나중에 자신의 숙소에 가서 해도 되는데도 후배에게 술상을 치우라고 시킨 행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받은 정직 3개월은 육군 규정인 징계양정 기준에 부합한다"며 "원고의 비위는 군부대 질서를 어지럽히고 사기를 저하하는 행위여서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다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azeen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