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실업급여 제보 공개
회사에 '비자발적 퇴사' 입력 권한
허위신고·협박으로 수급 방해
회사에 '비자발적 퇴사' 입력 권한
허위신고·협박으로 수급 방해
당정이 실업급여가 구직자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킨다며 하한액을 낮추거나 아예 폐지하는 등 실업급여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회사의 '갑질'로 실업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원이 확인된 실업급여 관련 제보 67건을 분석한 결과 실업급여 수급 자격 요건을 놓고 사업주들의 부당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회사를 나올 때 '자발적 퇴사'로 처리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데, 사업주가 이를 이용해 노동자에게 '자발적 퇴사'를 강요하거나 노동자 몰래 '자발적 퇴사'라고 허위 신고하는 식입니다.
▲회사에서 정부지원금을 못 받는다며 일부 사업의 축소로 인한 권고사직이지만 절대 해줄 수 없다고 해서 혼자 싸우다가 지쳐서 결국 개인 사유로 사직서를 적어서 낸 상태입니다. 퇴사 후에 실업급여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했을 때 노동부에 신고해서 사실 조사를 한다면 제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있을까요?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인정받았습니다. 이후 퇴사한다고 했더니 개인 사유로 쓰고 퇴사하라고 하고,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서류도 저에게 못 준다고 하네요.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우울증약 먹고 상담받고 그러다 너무 힘들어서 퇴사하는데 개인 사유로 사직서 쓰고 퇴사하면 실업급여 못 받나요?
▲직속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중증도 우울 에피소드 및 자살위험으로 인한 치료 진단을 받았습니다. 회사에 다니기 힘들어서 육아휴직을 했고, 계약만료로 인한 퇴사로 실업급여를 받았습니다. 육아휴직 중 발생한 연차수당 지급을 요청하자, 회사 측에서는 실업급여를 받게 해줬으니 연차수당 지급을 안 해주겠다고 하고 만약 노동부에 임금체불을 걸면 실업급여를 못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180일이 넘어야 하고 계약기간 만료, 권고사직, 정리해고, 희망퇴직, 비자발적 해고 등 '비자발적 퇴사'로 처리되어야 근로자들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자발적 퇴사'를 인정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지적인 겁니다.
직장갑질119는 "가장 악랄한 수법은 회사가 부정수급으로 신고해 실업급여를 토해내게 하는 경우"라며 "실업급여를 받는 노동자가 노동청이나 노동위원회에 임금 체불과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하면 신고를 취하하도록 압박하려고 근로복지공단에 고용보험 상실 신고 코드를 정정해서 실업급여를 못 받게 하겠다는 협박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실업급여가 노동자 재취업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아닌 '사장님 쌈짓돈'이 됐다", "실업급여를 받겠다고 실업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정부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시럽급여(시럽처럼 달콤한 급여)'라는 유치한 말장난에 기댄 실업자 모욕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실업급여 갑질' 단속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앞서 지난 12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어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공청회를 마친 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는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현행 실업급여 제도는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는 높은 하한액 제도와 지나치게 관대한 실업급여 지급 요건으로 단기 취업과 실업급여 수급을 반복하는 왜곡된 단기계약 관행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 측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도 "일하며 얻는 소득보다 실업 급여액이 더 높다는 건 성실히 일하는 다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노동시장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더는 방치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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