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국 159개 대학
국내 의사 국가시험을 볼 수 있는 외국 의대 명단이 공개됐습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터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받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대 현황 자료' 및 '보건복지부 인정 외국의대 졸업자의 국내 의사 국시 응시 현황(2019∼2023년)' 자료를 오늘(10일)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해외 38개국 159개 의과대학 졸업생에게 국내에서 의사 국가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인정하는 외국 의과대학 현황 / 사진 = 보건복지부
지난달 기준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대가 가장 많은 국가는 26개 의대에 달하는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의 뒤를 이어 ▲필리핀 18개 ▲독일·일본 각 15개 ▲영국 14개 ▲러시아 11개 ▲호주 6개 ▲대만·아르헨티나·우즈베키스탄·헝가리 각 4개 ▲남아공·폴란드·프랑스 각 3개 ▲뉴질랜드·아일랜드·카자흐스탄·캐나다·파라과이 각 2곳 ▲그레나다·네덜란드·노르웨이·니카라과·도미니카·몽골·르완다·미얀마·벨라루스·볼리비아·브라질·스위스·스페인·에디오피아·오스트리아·우크라이나·이탈리아·체코·키르기스스탄 각 1개로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의료계 종사자 일부만 해당 리스트를 알고 있었으며, 민원인이 정보 공개를 청구했을 때만 일부 공개됐습니다. 이 때문에 이를 모르는 일반인들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습니다.
헝가리 의대 출신 국내 의사고시 합격률 85%
한편,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 동안 국내 의사고시에 가장 많이 응시하고 합격해서 실제 한국 의사면허를 발급 받은 사람들은 헝가리 의대 출신들이었습니다. 이 기간 총 86명이 국내 의사면허 시험을 봤는데, 73명이 합격해 약 85%의 높은 합격률을 보였습니다. 합격자 73명은 전원 국내 의사면허를 발급 받았습니다.
이처럼 헝가리 의대 출신의 국내 의사면허 취득 가능성이 높다 보니 2015년 1명에 불과했던 헝가리 의대 출신 응시자는 2016년 8명, 2017년 7명 등에 이어 2018년 17명, 2019년 13명, 2020년 16명, 2021년 20명, 2022년 19명, 2023년 18명 등 두 자릿수로 크게 늘었습니다.
"헝가리 의대 출신 때문에 국내 졸업생 불이익"
이와 관련해 국내 의사와 의대생으로 이뤄진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은 헝가리 의과대학 졸업자들에게 국내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헝가리 4개 대학이 입학 자격, 입학 정원, 졸업 요건 등에 대한 학칙을 갖추지 않고 있고 모든 정규 과목의 수업을 헝가리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 인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기준에 따라 외국인의 입학 절차가 학칙에 규정돼 있고 편·입학시 해당 국가의 언어 사용 능력을 검증해야 하며 외국인을 위한 변칙적인 특별반이 없는 외국 대학에만 국내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헝가리 정부는 한국 유학생에게 '자국 내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조건부 의사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내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수련과 전공 선택의 기회를 침해 당하고 취업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서울행정벙원은 "행정소송법상 적법한 당사자 소송으로 볼 수 없어 부적법하다"며 소송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보고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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