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산시청 홈페이지에 "면사무소 공무원들이 자기들끼리만 수박을 먹어 괘씸하다"는 내용의 민원이 게재된 게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충청남도 서산시청 공식 홈페이지 시민참여 게시판에는 '제가 고향에서 이런 대접을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민원이 올라왔습니다.
민원인 최모 씨는 "서류를 보완 제출하려고 오랜만에 면사무소를 방문했다"며 "10명 정도가 모여서 수박을 먹고 있었고 오후 4시가 가까웠기에 민원인은 저 혼자였다. 담당자가 외부에 있다 해서 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운을 뗐습니다.
최 씨는 "그런데 기다리는 동안 단 1명의 공무원도 자기 지역민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질 않았고 수박 하나 권하는 공무원이 없더라"며 "그 10명은 나이대가 다양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면서 "살면서 그런 상황이면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지나가다 걸리면 한 번쯤은 권하지 않나?"라고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이어 "저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아니고 면사무소 사무실을 방문한 민원이이고 지역민 아니냐. 내 자식들이 아니라는 게 안심이 될 정도로 그 순간 그들이 부끄러웠다. 괘씸했다"며 "저런 것들을 위해 내가 세금을 내고 있구나, 자기 지역민에 대한 애정이 저렇게 없구나 (생각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똑똑한 친구들이라 사태를 파악해서 일 처리는 빠르게 진행되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대민봉사가 뭔지도 모르는 우리 다음 세대를 보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며 "수박 껍데기 정리하면서 제 눈을 마주치지 않고 내리 까는 거 보면 일말의 양심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면서 "이게 부모 교육의 문제이냐. 공무원 교육의 문제이냐. 아무것도 배워 오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연수는 왜 받으러 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모 씨가 올린 민원글 / 사진 = 서산시청 홈페이지 게시판 캡처
해당 글에 "수박 한 통 먹다가 민원인에게 권하지 않았다고 부모 욕까지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는 댓글이 달리자 최모 씨는 "수박 못 먹어서 미친X 됐다. 제가 말하는 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제가 사회적으로 영양사 재직 중이고 자영업 20년 차다. 그런 대접도 못 받아봤거니와 저 또한 사람에게 그런 대접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번 민원 글은 조회수가 1만 명을 넘어서며 이로 인해 서산시청 홈페이지는 한때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서산시청 자유게시판에는 "수박 사건 해당 공무원들이 피해 입지 않기를 바란다", "'수박 민원'으로 해당 공무원들 징계 또는 문책하는 어리석은 행동이 없길 바란다", "수박 안 줬다고 민원을 넣냐" 등의 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산시는 "게시판은 건전한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할 곳"이라면서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나 모욕적인 언사를 게재하는 건 당사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협조와 양해를 부탁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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