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든든한 가족'…여성 정책→청소년·가족 정책에 방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성 정책이 후퇴했다'는 논란을 사고 있는 여성가족부가 새 슬로건에서 '평등'이라는 단어가 빠져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18일 여가부는 이달 초 부처 슬로건을 '언제나 든든한 가족'으로 바꿨습니다. 기존에는 2018년 제정됐던 '평등을 일상으로'였는데 5년만에 바꾼 것입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새 슬로건에 대해 "여성과 남성, 대한민국 모든 가족과 청소년들이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를 구현하도록 여가부가 든든한 가족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번 정부 여가부가 '여가부 폐지론'에 불씨를 댕긴 여성정책이나 성평등 정책은 최소화하고, 청소년과 가족 정책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김 장관은 한부모 가족정책 기본계획, 아이돌보미 대책, 학교 밖 청소년 지원 강화 대책, 가족센터 기능 활성화 추진계획 등을 발표할 때 직접 나서서 브리핑을 했지만, 여성폭력 대응이나 성평등 추진 대책을 직접 발표한 적은 없습니다.
비동의 간음죄 도입 논란을 일으켰던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발표는 이기순 차관이 브리핑을 맡았습니다.
비동의 간음죄는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라면 강간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여가부가 2015년부터 지속해서 도입 검토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기본계획 발표 후 법무부가 반대의견을 내자 "개정 계획이 없다"라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각종 정책과제에서도 '여성'이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매년 발표해온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권력형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범죄 등 여성 피해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폭력도 '여성폭력' 대신 '5대 폭력'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근거해 처음으로 시행된 2021년 여성폭력 실태조사는 첫 조사 결과 공표였는데도, 통상적으로 하는 브리핑이나 보도자료 배포 없이 홈페이지에만 공개됐다. 조사에 따르면 평생 한 번이라도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은 38.6%였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는 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간 정부 정책에서 '여성'은 지워지고 '성평등'은 삭제됐다"며 김현숙 장관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슬로건에 쓰인 '가족'이 모든 형태의 가족을 다 포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여가부는 지난 정부 시절이었던 2021년 비혼 동거 커플이나 아동학대로 인한 위탁가족도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으로 인정하고, 이를 가족정책 수립 시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라며 입장을 뒤집었습니다. 여가부는 "법적 가족 개념 정의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에 방점을 두겠다"라고 했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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