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에도 괴롭힘 정도·수준 심각"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당수 직장인이 일터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일터에서 "머리가 모자라냐", "그따위로 배워먹고 자랐냐" 등 폭언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3∼10일 직장인 1천 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응답자의 30.1%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전인 2019년 6월(44.5%)에 비해 14.4%포인트 줄었지만, 피해자가 느끼는 괴롭힘의 정도와 수준은 오히려 심각해졌다고 이들은 설명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응답자 가운데 수준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법 시행 전(38.2%)보다 10.3%포인트 증가해 48.5%에 달했습니다.
피해자 대부분 '참거나 모르는 척'...10.6% '극단적 선택 고민'
피해자의 34.8%는 병원 진료나 상담이 필요할 정도의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진료 및 상담을 받은 직장인은 6.6%, 진료·상담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28.2%였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직장인은 무려 10.6%에 달했습니다.
피해자의 59.1%는 괴롭힘을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르는 척을 한다고 답했고, 32.2%는 회사를 그만뒀다고 응답했습니다.
가해자 측에 항의(28.2%), 사측·노조에 신고(4.3%),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에 신고(4.0%) 등 피해를 알리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71.0%),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17.0%)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아울러, 실제로 신고한 직장인의 33.3%가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고 답했습니다. 객관적 조사와 가해·피해자 분리 등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말한 응답자의 비율은 36.1%에 불과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피해가 반복 발생한 사업장 특별근로감독 ▲피해 조사·조치 의무 위반 사업장에 즉시 과태료 부과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무관용 처벌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