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요 혐의 다툼의 여지 있어"
한 위원장 "최선을 다해 무고함 소명할 것"
TV조선 재승인 점수를 조작한 의혹을 받는 한상혁 방통위원장.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린 어제(29일) 오후 1시반 쯤, 서울 북부지방검찰청 정문 앞으로 한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한 위원장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서 제 무고함을 소명할 것"이라며, "저희 방통위 직원들을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이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서 공정함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률가이기도 한 한 위원장은 "혐의 내용이었던 점수 수정 지시 혐의는 영장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수정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 이런 취지인 것 같다"고 검찰의 영장 청구 취지를 해석했습니다. 검찰이 한 위원장이 직접 조작 지시를 했단 증거를 갖지 못했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혐의 다툼 소지가 크단 부분을 강조한 셈입니다.
자신의 남은 임기 역시 지키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뒤 한 위원장은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고, 약 4시간 반에 걸친 심사를 받은 뒤 동부구치소로 이동했습니다.
"증거, 수사 경과 볼 때 증거인멸 우려 없어"
한 위원장이 받는 혐의는 총 4가지 입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 특정 인물 심사위원으로 선임 ▲ 심사 점수 조작 사실 알고도 묵인 ▲ TV조선에 재승인 기간을 4년이 아닌 3년 부여하는 안건 작성하도록 지시 ▲ 조작된 심사결과 부인하는 취지의 보도 설명자료 작성
실질 심사에서도 검찰과 한 위원장 측의 공방이 치열했습니다. 검찰은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에 관여해 구속 기소된 방통위 관계자들이 한 위원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검찰 수사는 한 위원장이 점수 조작 사실을 알았고, 적절한 조치를 했어야 했단 점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위원장이 직접 점수 조작을 지시했는가는 추가 수사가 필요한 단계로 알려졌습니다.
한 위원장은 앞서 자신의 SNS에 밝힌 입장문과 유사하게 실질 심사에서 무고함을 소명했습니다. 또 지난 2020년 재승인 심사 결과가 TV조선에 불이익을 가하지 않았음을 어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재승인 심사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는 점과 구속 기소된 방통위 관계자 중 한 명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단 점을 들며 압박했지만, 한 위원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습니다.
법원은 기각 사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 단계에서 구속은 피의자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
▲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의 자기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직원들의 억울함도 풀어드리기 위해서 노력을 하겠습니다."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심사 결과를 받고 나온 한상혁 위원장은 구속 기소된 직원과 자신의 무고함을 앞으로도 소명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검찰 역시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해 향후 방침에 대해 검토할 예정입니다.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 이혁재 기자 yzpotato@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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