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부산 금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이른바 ‘정다금 사망 사건’과 관련 가해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근황이 전해졌습니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는 지난 25일 방송에서 ‘1216호에 갇힌 진실-정다금 사망 사건’을 조명했습니다. 제작진은 정양 사망 당시 1216호에 함께 머물렀던 4인방을 추적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4인방의 한 지인은 “4인방 모두 여행 다니고 그냥 평범하게 지낸다”며 “성형을 다 했고 지나가다 보면 못 알아볼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먼저 이나은(가명)은 현재 이름을 이민하(가명)로 바꿔 결혼한 상태였습니다. 그는 불시에 찾아온 제작진이 ‘이민하씨 맞냐’고 묻자 “아니다. 누구시냐”라며 경계했습니다.
제작진이 “정다금양 추락 사건에 대해 취재하고 있다. 1216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다”라고 하자 이나은은 “저는 아니다. 왜 자꾸 따라오시냐. 그분 찾아가시라”라고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이나은의 남편도 “결론적으로 아무 일이 없지 않았냐. 극단적 선택이든 타살이든 결론은 극단적 선택으로 된 거잖냐. 세월이 지났는데 아닌 걸 자꾸 파헤치고 그러니까 뭐 아니더라도 피하게 되잖아요, 솔직히”라고 말했습니다.
송라현(가명)은 제작진의 전화에 “죄송한데 인터뷰할 생각이 없다. (정양이 왜 추락했는지) 제가 어떻게 아냐. 제가 걔를 해한 것도 없었는데. 저는 더 이상 인터뷰하지 않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송라현은 “극단적 선택이라고 알고 있다. 정다금과 임가영(가명)은 저랑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라고 제작진에 문자를 보냈습니다.
사건 당일 정양과 마지막까지 함께 있던 것으로 알려진 최다정(가명)은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작진은 4인방 가운데 주동자로 알려진 임가영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임가영 가족의 지인은 “이사 가면서 아마 이 동네에서 인연을 다 끊어버린 걸로 알고 있다”라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도 전혀 안 한다. 그 나이에 안 맞게 SNS 프로필 사진도 올리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제작진은 임씨가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신상 정보가 알려진 탓에 개명 후 조용히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그알 제작진은 이와 관련해 “정양과 함께 있었던 여학생 4명 무리가 그를 추락하도록 부추기는 행위는 없었는지 지금이라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면서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가 밝혀지면, 지금이라도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진실을 밝히고 싶어 하는 친구들의 진심과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수사 당국이 헤아려주기를 부탁한다”며 “4인방의 용기 있는 고백 또한 기다리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2009년 12월 전남 화순의 한 리조트로 체험학습을 왔던 부산 A 여고 2학년 정양은 묵고 있었던 1216호에서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정양과 함께 묵었던 여학생 4인방은 그가 용돈과 학업 등 문제로 고민이 많았고 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시도까지 했었다고 주장했다. 최다정은 정양이 혼자 베란다로 나간 뒤 얼마 후 비명과 함께 추락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정양의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 내렸으나, 부검 결과 높은 혈중 알코올이 검출되고 폭행 흔적으로 추정되는 상처들이 발견됐습니다. 수사가 재개되자, 4인방은 함께 술 마신 후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폭행은 없었고 머리채만 잡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4인방 중 주로 폭행을 가한 임가영에게만 상해 혐의를 적용해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다른 학생 3명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되면서 사건이 종결됐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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