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강제징용 등 역사·안보 문제로 한일 간 크고 작은 갈등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지만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 국민의 수는 급증세입니다.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가열돼 '노 재팬'을 구호로 하는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2019년 즈음과는 분위기가 전혀 딴판으로 일본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을 닫았다가 다시 연 지난해 10월 한 달 한국 국민 약 12만3천명이 일본에 간 것으로 집계됩니다.
관광업계에선 앞으로 일본에 가는 우리 관광객 수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데 특히 삼일절인 내달 1일에도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항공권 대부분이 팔렸다고 합니다.
이렇듯 한국인의 '일본행 러시'는 일본 정부가 북한의 위협을 발판으로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하고,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 등 한국 국민의 반일 감정을 고조할 만한 행보를 강행하는 모습을 고려하면 과거와는 다른 흐름입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윗세대로 갈수록 역사·정치문제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세대가 점차 바뀌면서 그런 면이 상당 부분 흐려졌다"며 "과거사와 문화 소비를 분리해 생각하는 게 일반화되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짧은 이동 시간과 엔화 약세, 국내와 비슷한 물가 등 일본이 여행지로서 경제적이라는 점도 일본이 인기 관광지인 이유에 한몫하는데 이달 초 여자친구와 후쿠오카를 여행했다는 이준현(25)씨는 "나도 국민으로서 일본 정치인들이 (역사 관련) 망언을 하거나 하면 화가 나지만 그렇다고 '일본 여행 하지 마라, 일본 제품 사지 마라'고 분위기를 형성하는 건 너무 정치 과몰입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서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1023ashl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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