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영농계획서로 농지를 사들여 투기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받은 기영옥(66·전 광주FC 단장)씨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받았습니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평호 부장판사)는 9일 농지법 위반과 사문서 위조·행사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기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벌금 5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경작 의사 없이 아들 명의로 땅을 사들여 투기한 기씨의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사회 환원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기씨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기씨가 사들인 땅이 민간공원 특례사업 공원 조성 부지·군사보호 구역에 포함돼 이익을 당장 현실화하기 어려운 점, 아들 기성용이 이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책임을 지고 20억 원을 기부한 점, 기씨가 공인으로서 축구센터 건립 의지와 책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1심 형이 다소 무겁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기씨에게 4000만 원을 주고 땅을 빌린 뒤 불법으로 건설장비·차량을 보관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기씨 지인 이모씨에 대해선 이씨와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기씨는 2016년 8월 30일부터 11월 사이 영농(경작) 의사 없이 '갓을 재배할 예정'이라고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작성, 광주 서구 금호동 민간(마륵)공원 특례사업 조성 부지 안팎 논과 밭 7277m²를 아들 기성용 명의로 산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기영옥 전 단장이 사들인 부지/ 사진 = 연합뉴스
기씨는 매입한 땅 일부를 차고지 등으로 불법전용해 무단 형질변경한 혐의(국토의 계획·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로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기씨는 아들 명의 농지 중 민간공원 특례사업 조성 부지에 포함된 땅을 원래 지번에서 분할한 뒤 민간공원 사업자에게 공공용지로 협의 매도하고 토지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씨는 "유소년축구센터 건립을 위한 매입이었고, 시세 차익을 보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법을 몰랐던 제 무지와 잘못이다. 추후에라도 축구센터를 지어 봉사하고 싶다"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1심은 "기씨 주장과 달리 축구센터를 건립하려는 행보가 전혀 없었다. 사들인 토지 위치·순서 등을 고려하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허위로 농지취득자격 증명을 취득한 것도 입법 취지에 위배된다. 사문서 위조·행사는 인정·반성하는 점, 공무원들의 관련 농지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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