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공소장에 은폐를 결정한 직후 일부 비서관들이 강하게 반발한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BN이 입수한 서 전 실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살해된 이튿날인 지난 2020년 9월 23일열린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사건 발표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비서관들은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런 보안 유지 지시에 일부 비서관들은 사무실에 돌아와 "이거 미친 것 아니야, 이게 덮을 일이야", "국민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해" 등 반발했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외에도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은폐를 결정하게 된 이유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이 씨 피살 3시간 만에 유엔총회에서 ‘남북화해 및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화상 연설을 하는 데에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1차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서 전 실장은 은폐 지시를 내렸고,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이를 강도 높게 이행했다고도 적시됐습니다.
당시 서 전 장관은 최고 수준의 작전 보안을 유지하며 첩보·보고서 등 모든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56개 부대에 수신된 전문과 군사정보망 내 60건, 18개 부대의 정보유통망 내부 첩보 5천4백여 건이 삭제된 거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도 이후 피격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서 전 실장은 9월 24일 오전 3차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고인이 자진 월북한 것처럼 발표하도록 서 전 장관과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에게 지시했습니다.
검찰은 또 서 전 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상임위 회의에서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을 언급하며 합법적 관광이었던 박 씨와는 달리 이번 사건은 자진 월북 정황이 있단 취지로 차별화하려 했다고 적시했습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에게 2020년 9월 24일 ‘이대준씨는 스스로 북한 해역에 불법 침입한 월북자’라는 허위 내용의 자료를 외교부를 통해 모든 재외 공관에 신속하게 배포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서해 피격 사건으로 인해 서 전 실장은 지난달 9일 구속 기소됐고, 김 전 해경청장은 같은 날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서욱 전 국방부장관도 지난달 29일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길기범 기자 road@mbn.co.kr]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