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울음소리’는 줄고 ‘나 혼자 산다’는 늘고
매년 1월1일, 단골 뉴스가 있다. 새해 첫 번째 한국 입국자, 첫 번째 출국자, 새해 첫 번째 태어난 아기이다. 2023년 1월1일 0시 몇 분에 태어난 아기가 주인공이다. 이 뉴스를 보며 탄생과 출발 그리고 새해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 하지만 멀지 않는 미래, 한국에서 이 뉴스는 매우 중요한 뉴스가 될 것이다. 즉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점점 사라지는 사회로 대한민국이 성큼성큼 가고 있기 때문이다.글 권이현(프리랜서) 사진 픽사베이
‘나 혼자 산다’ 700만 가구 넘어
지난해 11월15일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넘었다. 2021년 79억 명을 넘어선 이래 1년 만이고 1974년 40억 명 이후 48년 만에 두 배가 되었다. 유엔은 2050년 세계 인구는 90억 명, 2100년에는 100억 명을 넘을 것이라 전했다. 지금도 지구는 포화 상태다. 인구 증가로 환경, 기후, 에너지, 식량 등 범지구적 문제가 발생하고 저개발국가는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인구 증가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생산력의 증가, 노령화의 감속, 생산과 소비 시장 활력 증가가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는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층이 약 17.5%. 이는 세계 기준 9.8%는 물론이고 고령화로 치닫고 있는 중국의 13.7%보다 높다. 아직은 고령화가 현실문제가 된 일본의 29.9%보다 적지만 이는 표면적인 수치이다. 현재 인구 증가율, 출생률 기준으로 미래를 예측하면 우리나라가 더 심각하다. 2070년 우리나라 65세 인구의 비중 약 46.4%, 전 세계 기준 20.1%, 일본 38.7%, 중국 36.9%로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일본보다 ‘늙은 국가’가 될 전망이다. 2040년에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비중은 약 34%로 2040년 우리나라 인구 중 1/3이 고령층이다. 2070년에는 거의 절반이 노인이라는 뜻이다.
2000년 이후 매년 감소하는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이 평생 아이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 2019년 0.92%, 2021년 0.81%로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2022년은 0.79%로 감소했다. 또 출생아 수는 2016년 40만6200명, 2018년 32만6800명, 2020년 27만2400명, 2022년은 약 22만 명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면 2060년 우리나라 신생아 수는 약 18만 명으로 예상된다. 여기 우려되는 지표가 또 있다. 바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인구 부문 집계 결과’이다. 통계에서 한국 총 인구는 5173만8000명. 이는 1년 전 5182만9000명에 약 9만 명이 감소한 것으로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인구가 감소했다. 물론 코로나19로 사망자 증가나 외국인이 한국을 떠났다는 것을 감안해도 감소는 처음이다. 베이비붐 세대, 우리나라의 인구증가율은 1995년부터 0%대로 주저앉았다. 더구나 유소년, 즉 0~14세의 비중은 낮아져 12%로 세계 평균 25%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인의 평균 연령에도 영향을 미쳤다. 1980년 한국의 중위연령(한가운데 위치한 연령)은 21살, 2020년 42.9세가 되고 2060년에는 61세라는 충격적인 예측도 있다. 즉 한국도 ‘늙은 국가’가 된다는 뜻이다.
인구 감소를 뒷받침하는 통계가 있다. 바로 1인 가구 수의 증가이다. 올해 한국의 1인 가구수는 716만6000가구로 전년 대비 8%가 증가했다. 이는 2030대 비혼자의 증가를 의미한다. 지금 산부인과에서 20대 산모는 찾기 힘들다고 한다. 초산의 비율은 점점 높아져 이제 30대 중반 이후 초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40대 초산도 드문 일이 아니다.
한국의 출산율 저하에 외신도 주목한다. 지난해 말, CNN은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약 2000억 달러, 260조 원을 투여했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2022년 3분기 합계출산율 0.79는 미국 1.6, 일본 1.3보다 낮은 수준으로 한국은 이제 노령화 사회를 피할 수 없으리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정부는 물론이고 지자체별로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했다. 다자녀 가정에 인센티브를 주고 둘째, 셋째를 낳으면 목돈에 일정 양육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이런 인센티브 때문에 아이를 갖는 부부는 거의 없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결혼,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과 자신감 부족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전체 회원국 38개국 중 가장 낮다.
생산성, 연금, 건강 보험…빨간등
인구 감소는 미래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한때 대학수능 시험생은 50~70만 명 선이었다. 그때는 대학 문턱을 넘기도 어려웠다. 이제 대학 정원이 시험생의 수보다 많아졌다. 지금도 일부 대학들은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해 폐교, 합병되고 있다. 또 안보도 문제다. 아직까지도 우리는 일정 규모의 군인 수를 유지해야 한다. 2010년 출생아 수는 47만200명, 이들이 군대를 가야할 2030년을 생각해보자. 47만 명 중 절반인 23만 명이 입영 대상이다. 이 중 군대에 가지 못하는 인원을 감안하면 18만 명 선에서 병력을 유지해야 한다. 또 2022년생이 군대를 가는 2042년은 더 심각하다. 그때는 약 10만 명의 자원만으로 대한민국 군대를 유지해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생산인구 감소이다. 사회는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일단 기본 내수시장 유지가 어렵다. 생산과 소비의 균형은 시장이 형성되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인구 감소는 내수 감소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모토인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말이 더 실감나는 세상이 올 것이다. 미래 세대는 국민의 30%인 노령 인구를 부양해야 한다. 감소된 생산 인구는 상당히 오랜 기간 ‘부양’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연금문제도 있다. 지금도 국민연금 효율성에 대한 불만이 많다. 수십 년간 연금을 납입하지만 연금 수령나이는 점점 늦어지고 연금 절대액은 적다. 연금 수령나이 역시 만 60세, 만 62세, 만 65세로 점점 늦춰지고 있다. 더구나 국민연금 수령인구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로 지금 청년 세대들은 연금만 납입할 뿐 정작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의료비 부담 역시 늘어날 것이다. 고령화가 증가하면서 연금은 물론 의료보험에서 재정 적자가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2014년 기준 여성은 85.48세, 남성은 78.8세(WHO 세계건강통계 참고)로 이제 장수화로 가고 있다.
이는 각 세대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청장년 세대들은 ‘왜 우리가 등골 빠지게 일하면서 노령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시할 것이고, 노령층 역시 ‘우리도 그렇게 해왔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 추세는 심화되어 가뜩이나 세대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 큰 암초가 될 것이다.
국가와 사회의 지속적, 적극적 정책 必
통계청 30대 미혼 인구 비중 자료를 보자. 1990년 남자는 9.5%, 여자 4.4%, 2000년 남자 19.2%, 여자 7.5로 늘어났고, 2010년은 남자 37.9%, 여자 20.4가 결혼하지 않았다. 충격적인 것은 2020년 통계이다. 2020년에 남자 50.8%, 여자 33,6%가 미혼이다. 이는 30대 인구의 42%가 미혼이라는 뜻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알바몬이 지난 12월, 20대 1185명을 대상으로 비혼 인식을 조사한 결과 비혼에 대해 여성은 93.7%, 남성 69.2%가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또 1025명에게 결혼 계획을 물었을 때 ‘결혼하지 않겠다’(24.8%), ‘언젠가 결혼할 것’(31.5%), 모르겠다(43.7%) 등으로 답했다. 대한민국 20~30대 대부분이 ‘결혼은 책임만 크고 얻을 수 있는 나의 행복은 작은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비혼이 늘고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연애, 결혼, 출산, 취업, 내 집 마련 등 모든 것을 포기하는 ‘N포 세대’처럼 결혼과 육아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들 수 있다. 월급으로 저금해서는 살 수 없는 부동산, 아이 유아원부터 대학까지 부담해야 할 교육비 등이 모두 결혼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또 남성의 가사나 육아 참여에 대한 직장의 이해 부족, 위킹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이른바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배려와 제도가 부족한 점도 크다. 무엇보다 정부나 지자체가 일시적인 인센티브가 아닌 지속적이고 적극적이며 제도와 사회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가족 정책을 세워야 한다.
2017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1000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이유를 조사했다. 결과는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42.6%, ‘일과 육아 양립문화의 미흡’ 14.3%,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려고’가 13% 등으로 나타났다. 지금도 워킹맘이 직장에서 육아를 위해 조퇴를 하거나 연차를 내기에는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아니다. 더구나 한국의 여성들은 높은 교육 수준으로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이른바 ‘독박 육아’를 하면서 꿈을 포기하겠다는 의식도 사라지는 추세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2030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인구학자 폴 윌리스가 밝힌 ‘인구 지진’ 개념은 ‘인구 고령화가 사회를 파괴하는 힘이 지진보다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는 고령 인구가 생산 인구보다 많아지면 이는 리히터 지진계 규모 9.0 정도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만큼 인구 감소와 고령화 가속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다. 이를 위해 합계출산율이 올라가고 있는 일본이나 서유럽을 주시해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일하는 여성, 결혼한 여성, 육아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 없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또 비혼자의 자녀에 대한 사회적 보장 등이 솔루션으로 등장하고 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2호 (23.01.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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