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이태원 참사에서 딸을 잃은 아버지는 가슴에 품은 딸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생계를 위해 일터로 향해야 했습니다.
20대 딸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짝이던 친구와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을 찾았다가 인파에 휩쓸려 함께 참변을 당했는데 허망하게 자식을 보낸 아버지는 마지막 얼굴도 못 봤다는 후회와 자책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의 장례비·생활안전자금 지원을 놓고 '놀러 가서 죽은 사람들을 왜 지원해 주냐'는 인터넷 댓글을 볼 때면 또 한 번 가슴에 생채기가 났다는데, 오롯이 혼자서 슬픔을 감내해야 했던 아버지는 결국 다른 유가족을 찾아 나섰습니다.
수소문 끝에 지난 19일 광주 지역 희생자 4명의 유가족이 광주 한 카페에서 만나 2시간 동안 참담한 심정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했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65명의 유가족으로 구성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칭)에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아버지는 "유가족 연락처도 공유되지 않아 수소문해서 만나야 한다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웠다"며 "우리가 범죄자도 아닌데 같은 유족 만나는 걸 왜 이리 은밀히 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꽃다운 나이에 변을 당한 딸을 가슴에 묻고 평생 멍에로 살아간다니 나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며 "남아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진실을 밝히고 진심 어린 사과도 받아내야 떠난 사람들에 대한 예의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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