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들, ‘수뇌부 예방 조치 부재’ 지적
경찰, 서울청·용산서 압수수색
경찰, 서울청·용산서 압수수색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고강도 내부 감찰을 약속한 가운데,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오늘(2일) 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에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윗선이 현장 경찰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지휘부 명령으로 움직이는 조직 특성상 연차가 낮은 현장 경찰들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정부와 서울시 모두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됐습니다.
앞서 지난 1일 경찰청이 공개한 ‘112 신고 내역’에 따르면 사고 전 총 11건의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현장에 출동한 건 4건밖에 안 됩니다. 긴급출동이 필요한 코드제로, 코드1 신고도 있었지만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현장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경찰 책임론’이 나왔습니다.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모습.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선 현장 경찰 대응보다 수뇌부의 예방 조치 부재가 화를 불렀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자신을 용산경찰서 이태원 파출소 소속 직원이라고 소개한 A 씨는 경찰 내부망을 통해 “압사 우려 신고는 매해 있었다”며 “사건 당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총 79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당시 근무 중이던 20명의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핼러윈 때 용산경찰서에서 서울청에 기동대 경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윤희근 경찰청장은 어떤 근거로 112 신고 대응이 미흡했다면서 용산서 직원들을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찍히게 하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이태원 파출소 직원이라고 밝힌 B 씨는 “아무 대책도 없고 관심도 없었던 서울시장,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윗선 본인들부터 스스로 감찰 받으라”라고 말했습니다.
B 씨는 “이태원 파출소 직원 90%가 20, 30대 젊은 직원이고, 30% 이상은 시보도 끝나지 않은 새내기 직원과 기동대에서 현장 경험 없이 일선으로 나온 직원들로 채워져 있다”며 “항상 고충이 있고, 늘 더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 대비는 이태원파출소만 해야 했나. 경찰청, 서울청은 뭐 했나. 경찰청장은 뭐 했나. 예상 못하셨나”라며 “광화문집회에 그렇게 많은 기동대가 필요했나. 체감상으로는 VIP(윤석열 대통령) 연도경호에 동원된 인원보다 (인력을) 덜 지원해주신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또한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다. 살려 달라 손 내밀던 모든 손을 잡아주지 못해서 그 기억들이 채 가시지 않아 괴로워하는 젊은 경찰관들”이라며 “자신들을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현장 경찰관들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지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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