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생존자·세월호 유족, 희생자 애도
이태원 참사 관련 피해자 2차 가해 ‘일침’
이태원 참사 관련 피해자 2차 가해 ‘일침’
“이태원 참사, 당신 잘못 아니다”
지난 주말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로 154명의 희생자가 나온 가운데, 삼풍 백화점 생존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고인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등 애도를 표했습니다.
앞서 사고 직후 각종 사회관계망(SNS)에는 당시 현장 상황이 적나라하게 담긴 충격적인 영상과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또 사고 원인을 놓고 마약과의 연관성을 제기하거나 “죽어도 싸다”, “서양 귀신파티에 정신 못 차리고” 등 피해자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도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이에 1995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 생존자이자 책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저자 이선민 씨는 어제(30일) SNS를 통해 “피해자와 가족분께 어떤 말이라고 위로가 되겠는가. 차마 입 밖으로 아무 말도 안 나온다. 하지만 이 말만은 하고 싶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며 위로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는 “경제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별다른 이유 없이 사람이 죽어 나간다는 것이, 멀쩡한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다가 혹은 친구들과 축제를 즐기려다 느닷없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다”며 “이에 대해 머리를 굴리고 굴려도 도무지 저는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신의 과거 인터뷰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오징어 게임을 실사판으로 함께 하는 것 같다. 위험천만한 생존게임을 매일 반복하며 ‘나와 내 가족은 안 죽을 거야’ 막연하게 생각한다”며 “참사는 사람을 가려오지 않는다. 이번엔 ‘운 좋게’ 당신이 아니었을 뿐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31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현장감식을 위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현장을 살피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같은 날 ‘이태원 참사,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는 글을 통해 피해자 2차 가해를 비판했습니다.
유 집행위원장은 “핼러윈 파티에 간 당신, 당신 자녀의 잘못이 아니다. ‘죽어도 싼’ 일은 더욱 아니다”라며 “예상 가능했고 그래서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참사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의 책임은 무한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리 자녀들, 가족들의 희생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것들이야말로 정신 나간 것들, 철없는 것들”이라며 “정부의 책임뿐만 아니라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놈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저 아깝기만 한 청춘들의 희생에 조의를 표한다. 원통함에 목 놓아 울 힘조차 없을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함께 울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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