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모텔 끌려가다가 계단에서 굴러 사망…가해 남성, 혐의 부인 중

울산지법 1심 재판부, 징역 10년 선고…유족 "형량 너무 낮아"

지난해 12월 모텔로 억지로 끌고 들어가려는 남성을 피해 달아나던 여성이 계단에서 굴러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항소심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 여성 A 씨는 평소 다니던 울산의 한 스크린골프연습상 사장 B 씨로부터 '내가 당신 때문에 돈을 좀 썼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석 달 전쯤에도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받은 A 씨는 '저번에도 그러더니 무슨 말이냐'고 답장을 보낸 뒤 스크린골프장을 찾았고, B 씨와 대화하며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이후 B 씨는 만취한 A 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같이 택시를 탔는데, 택시 안에서 A 씨에게 신체적 접촉을 했습니다.

A 씨가 거부하는데도 멈추지 않고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B 씨의 모습은 택시 내부 블랙박스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그러던 중 택시는 모텔 앞에 정차했고, B 씨는 A 씨를 모텔 안으로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A 씨는 완강히 거부하며 도로 쪽으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B 씨는 A 씨를 붙잡고 다시 모텔 안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이 장면은 검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 담겨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모텔 안 카운터 앞에서도 실랑이를 이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휘청거리며 뒷걸음질치다 현관문 옆에 있는 계단으로 굴러 떨어졌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된 A 씨는 뇌사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올해 1월 사망했습니다.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미지.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B 씨는 사고 당시 A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도 입을 맞추거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B 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성폭행 의도가 없었고, A 씨의 사망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1심 재판부는 B 씨에게 적용된 강간치사와 감금치사, 준강제추행 등 모든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B 씨가 혐의 일부를 인정하고 벌금형 외에 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감안해 법률상 처단형 범위 중 가장 낮은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현재 양측 모두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B 씨는 1심에서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과 달리 항소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A 씨의 유족은 사망 경위가 너무 억울하고, 형량이 낮다며 엄벌을 호소했습니다.

A 씨의 남편은 "아내는 주량이 약한데 억지로 술을 마신 것 같다"면서 "모텔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근거 없는 헛소문까지 돌아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이어 "B 씨는 나도 아는 사람인데, 숨진 후 사과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 항소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해서 억울함을 풀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