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이 작업 중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SPC가 최근 4년간 주요 계열사에서 각종 산업재해가 잇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SPC 계열사 4곳에서 산재 피해를 본 사람 수는 지난 2017년 4명에서 2021년 147명으로 늘어났다. 5년 만에 37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해당 수치는 SPC의 여러 계열사 중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피비파트너즈, SPL 등 4곳만을 조사한 것이다. 파리크라상은 SPC그룹의 대표 브랜드 격인 파리바게뜨의 운영사이고, 피비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의 제빵인력을 채용하는 업체다. 비알코리아는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의 운영사이고, SPL은 SPC 계열사에 각종 반죽과 소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4년 치 산업재해 현황을 업체·유형별로 살펴보면 파리크라상에서는 ▲넘어짐이 139건 중 38건(27.3%)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끼임(23건)과 ▲절단·베임·찔림(22건)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SPC가 대리점 제빵기사를 직고용하고자 설립한 피비파트너즈에서는 ▲화상 등 이상온도물체 접촉이 126건(34.4%)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절단·베임·찔림(102건) ▲업무상 질병(58건) 순을 기록했다. SPL은 ▲끼임(15건) ▲근골격계 질환(4건)이 보고됐다.
허영인 SPC 회장과 경영진들이 지난 21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SPL 안전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SPC그룹]
눈여겨볼 점은 산업재해 피해 근로자 수가 2018년께부터 크게 늘어난 점이다. 산업재해 현황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4명 ▲2018년 76명 ▲2019년 114명 ▲2020년 125명 ▲2021년 147명 순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까지 115명이 피해를 봤다.이은주 의원실은 노동조합이 없던 SPC그룹에서 2017년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사건 후 노조가 조직돼 그간 드러나지 않던 산재 현황이 제대로 신고되고 통계로 기록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최근 발생한 SPL 산재사망 사고는 안전설비 점검 등 산재예방 활동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며 "노동조합 설립 이후 SPC그룹 계열사들의 산재가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사측에서는 갈수록 늘어나는 산재 실태에 경각심을 갖고 산재 예방에 사업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SPC그룹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 10분께 경기 성남시 중원구 SPC 샤니 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40대 직원 A씨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봉합수술을 받았다.
이 사고는 앞서 지난 15일 경기 평택시 소재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를 가동하다가 사고로 숨진 사건과 관련, 허영인 SPC 회장이 공개 사과한 지 이틀 만에 벌어졌다.
SPC그룹은 지난 23일 사고와 관련, "해당 라인의 작업을 모두 중단하고 노동조합과 함께 안전점검 실시를 진행 중"이라며 "다시 한번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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